[단독]"故 박정운, 공연하고 싶다고 수술했는데 끝내.."(인터뷰)
"노래 다시 하겠다는 집념 무너지며 스트레스"
고인 마지막 전해
가수 박준하는 박정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끝을 흐렸다. 박준하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박준하는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박정운이 한껏 기분이 업이 된 상태에서 입원을 했다”며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에 크게 걱정을 안했는데 수술 후 조짐이 이상하더니 결국 퇴원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고인의 마지막을 전했다.
박준하는 1992년 발매한 ‘너를 처음 만난 그때’로 스타덤에 올랐던 가수다. 박준하와 ‘오늘 같은 밤이면’, ‘먼 훗날에’의 박정운, ‘입영열차 안에서’ 김민우,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조정현 등 1990년대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네 가수는 2001년 8월 ‘회귀 Ⅰ’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열어 전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같은 해 11월 ‘회귀 Ⅱ’ 공연도 함께 했다.
박준하는 이후에도 박정운과 친하게 지냈다. 박정운과 한 동안 연락을 못한 적도 있지만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어려움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다시 연락을 하고 만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었다.
“박정운이 노래와 음반을 다시 내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노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오지 않는 거예요. 1년 가까이 병원 치료도 받아가며 노력을 했는데 결국 목소리는 회복이 안됐습니다.”
박정운도 포기를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당뇨가 왔다.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주위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검진을 받았는데 2019년 진단을 받았던 간경화가 방치돼 악화가 됐다고 했다. 박준하가 박정운의 간경화를 알게 된 게 이 때가 처음이었다. 박준하는 “당시 급성 간경화로 간이 50% 이상 망가져 있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간 이식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금전적 여유를 위해 지인과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박준하는 “목소리 치료가 안돼 노래를 다시 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도 그랬지만 사업 실패도 절망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운은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둔 이달 초 아산병원에 입원을 했다. 박준하는 “당시 간이 부어 다른 부위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수술을 받으면 목소리가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분이 들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목소리가 돌아오면 예전 멤버들이 다시 모여 ‘회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도 그 때 했다.
박준하는 “수술 예정일이 12일이었고 13일에 박정운이 전화를 했다”며 “퇴원했느냐고 물었는데 의사에게 병원에서 며칠 더 경과를 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6시께 자신과 함께 박정운을 챙기던 선배 가수의 연락을 받았다. 의사에게 박정운의 상태가 위급하니 유족이나 지인이 임종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비보였다. 이후 2시간만에 박정운은 세상을 떠났다.
박준하는 “얼마 전에 박정운이 자신이 발표한 노래들 중 유명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한곡을 들려준 적이 있다”며 “그 노래를 가수를 준비하는 젊은 학생들이나 후배들이 부르도록 해서 음원을 내는 것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듣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정운은 1989년 ‘Who, Me?’로 데뷔했으며 같은 해 오석준, 장필순과 프로젝트 그룹 오장박으로 호흡을 맞춰 발표한 영화 ‘굿모닝 대통령’ OST ‘내일이 찾아오면’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1991년 2집 ‘오늘같은 밤이면’, 1993년 3집 ‘먼 훗날에’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2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상, 1992년과 1993년, 1995년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2002년 6년 만에 정규 7집 ‘Thank you’를 발매하고 더 이상 신곡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2017년 가상화폐 투자사기에 연루돼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절친한 친구였던 가수 박준하에 따르면 이후 박정운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음악으로 재기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입원 중이던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족은 아내와 1남 1녀가 있다. 유족은 비보를 전해 듣고 곧바로 입국절차를 밟아 18일 밤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는 19일 아산병원 장례직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발인은 21일.
김은구 (cowbo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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