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상사 "트레이딩 넘어 배터리·태양광·수소 사업 다변화"

박민 2022. 9. 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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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하이텍 독일 폐배터리 공장에 투자
수소 밸류체인 구축·태양광 사업 확대
'트레이딩, 사업운영, 사업개발' 3대 축
"종합상사 역량 살려 신성장동력 발굴"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상사업계 대표주자인 삼성물산(028260) 상사 부문이 전통적 사업 방식인 ‘트레이딩(중개무역)’을 넘어 신사업 개발과 운영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트레이딩 기능 내제화로 단순 중개업 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 저탄소·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배터리(2차전지) 소재 사업과 태양광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지난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발전 용량 1369MW 규모의 풍력·태양광 신재생 발전 단지를 구축하고 운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성일하이텍 독일 폐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이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에 투자를 결정하고, 건설·투자 지원 등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 관계자는 “건설·운영 사업 초기 단계부터 투자하며 협업하고 있다”며 “이번 리사이클링 분야 투자 협업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 업계의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의 핵심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헝가리, 폴란드 등 6개국에 연 6만1000톤(t) 규모의 리사이클링 파크와 습식제련 공정이 가능한 하이드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로 독일 내 자회사 ‘성일 리사이클 튀링겐’을 설립하고 공장 건립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물산의 이번 배터리 소재 투자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성일하이텍과는 수년 전부터 소재 트레이딩 분야에서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파트너사로서 관련 산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성일하이텍이 폐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 등을 추출하면 이를 양극재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며 “성일하이텍 성장 가능성을 보고 회사에 투자해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연료원으로 꼽히는 수소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배에 실어 국내로 들여와 이를 국내에서 수소로 바꿔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을 위해 이달 5일 남해화학, 두산에너빌리티, LG화학과 청정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사 공동으로 청정수소의 해외 생산부터 국내 도입·활용에 이르는 수소산업 밸류체인 개발 전반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한국가스공사, 현대로템 등과 합작사를 설립해 융·복합 수소 충전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융복합 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를 운송 받아 공급하는 충전소와 달리, 천연가스를 활용해 현장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충전소다. 에쓰오일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국내로 도입하는 인프라 구축에도 협업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트레이딩과 사업운영, 사업개발을 ‘3대 사업 축’으로 삼아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특히 필수 산업재 분야 사업의 확장과 함께 친환경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종합상사의 역량과 기능을 살려 신성장동력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이달 5일 남해화학·두산에너빌리티·LG화학과 ‘청정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삼성물산)
북미에서 태양광 개발 사업 성과

신재생 선진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는 태양광 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지난 2018년 미국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출해 서부와 남부지역 등에서 1000MW(메가와트) 이상의 태양광 사업을 개발해 수익화(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약 1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예정 사업(파이프라인)도 확보해둔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의 태양광 개발 사업은 직접 태양광을 설치해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게 아닌, 일종의 사업권을 파는 것”이라며 “사업 안건 발굴부터 사업부지 선정, 전력계통 연결 평가, 각종 인허가 취득 등의 단계로 구성된 ‘사업 안건 자체’를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태양광 개발 사업 모델의 호주 진출을 검토하는 등 시장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상사부문은 지난해 매출 17조3540억원, 영업이익 296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214.9%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매출 11조 196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실적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319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전체 결실을 초과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 구조 및 무역업 변화로 종합상사의 기능과 사업영역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와 에너지·자원 트레이딩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고, 탈탄소 시대 각광 받는 신시장 개척 등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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