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게티가 극찬한 최고의 바흐 해석자, 코롤리오프 내한.. "바흐 연주할 때마다 삶의 의미 느껴"
5년 만의 내한..23·24일 서울시향과 협연
아내·제자와 함께 바흐 하프시코드 협주곡 연주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73)가 5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인 그에겐 ‘바흐 스페셜리스트’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 바흐 해석의 대가’ 등의 수식이 따라다닌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죄르지 리게티(1923~2006)는 “만약 무인도에 떨어질 때 단 하나의 음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코롤리오프의 바흐를 선택할 것.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그의 음악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롤리오프가 연주한 바흐 ‘푸가의 기법’(The Art Of Fugue, BWV 1080)을 두고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이는 음악도 그의 ‘시그니처’ 작곡가인 바흐다. 그가 연주하는 바흐 협주곡과 독주곡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는 23일과 24일 서울시향과 함께 각각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아트센터 인천에서 바흐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을 선보이고, 27일 인천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코롤리오프는 내한에 앞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의 연주 스타일처럼 진지하고 담담하게 음악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바흐를 연주할 때마다 세상과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면서 “그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흐에 매료된 것은 7세 때 작은 전주곡 c단조를 접하면서부터다.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하인리히 노이하우스, 마리아 유디나 등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을 사사한 그는 19세 때인 1968년 바흐 해석의 권위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어 1973년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는 1978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며 2015년까지 함부르크 음악대학에서 3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교하게 악보를 파고들며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그의 연주 스타일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선 정평이 나 있지만, 국내에는 명성에 비해 비교적 뒤늦게 그의 음악이 알려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적극적인 투어보다 연주와 교육자로서의 삶을 중시했던 그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 첫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세상에 무언가를 전해야겠다는 어떤 야망도 없다. 단지 연주하고자 하는 필요를 느끼고 그 욕구에 따라 연주할 뿐”이라며 “찰나의 스포트라이트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행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롤리오프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 룹카 하지게오르지에바(74), 제자 안나 빈니츠카야(39)와 함께 무대에 선다. 하지게오르지에바는 남편과 함께 1976년 ‘코롤리오프 듀오’를 결성한 뒤 46년간 함께 무대를 해왔고, 2007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빈니츠카야는 함부르크 음대에서 코롤리오프를 사사하고 현재 이곳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코롤리오프는 “둘은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피아니스트이자 멋진 실내악 동료들”이라며 “훌륭한 음악작품을 함께 연주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무대에 동료가 함께 있을 때 더 편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코롤리오프는 피아노 독주는 물론 아내·제자와 함께 바흐의 2대를 위한 하프시코드 협주곡, 3대를 위한 하프시코드 협주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2019년 알파 클래식스의 음반으로 발매한 레퍼토리를 공연으로 선보인다. 객원 악장 및 리더로 바이올리니스트 강수연이 함께한다.
코롤리오프는 “서울시향과 상의해 이번 프로그램을 결정했고, 모두가 만족했다”면서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이 바흐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흐 외에도 음반사 타쳇(Tacet)을 통해 슈베르트·쇼팽·베토벤·스트라빈스키 등의 연주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온 그는 내년 초 스크랴빈·메트네르·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레퍼토리를 담은 음반도 발매할 예정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음반작업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음악을 향한 사랑”을 그 동력으로 꼽았다.
“언젠가 연주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집에서라도 나를 위해 늘 연주할 겁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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