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스파이더맨..재개봉으로 보릿고개 넘는 극장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난 15일 저녁 '아바타 리마스터링' 예매 창이 열리자 영화 마니아들이 들썩거렸다. 13년 만에 선명해진 화질로 다시 개봉하는 '아바타'를 명당에서 관람하려는 예매 경쟁이 치열했다. 아이맥스관을 비롯한 특별관의 목 좋은 자리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전통적 비수기를 맞은 극장가가 올해는 과거 이미 개봉해 검증받은 작품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재개봉 일정을 잡은 국내외 영화가 줄잡아 10여 편에 달한다.
명작 '아바타'부터 이정재 데뷔작 '젊은 남자'까지
오는 21일로 예정된 '아바타 리마스터링' 재개봉은 연말에 선보일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는 성격이 강하다. '아바타'(2009)가 개봉한 지 10년도 넘은 탓에 전편을 감상하지 않은 10∼20대 젊은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2009년 개봉작 '아바타'를 4K 고화질로 개선한 버전이다.
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아바타'는 개봉 당시 국내에서 1천333만 명을 동원했다. 한 발 앞선 기술력을 내세운 작품인 만큼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3D 포맷으로 2주 동안만 상영된다.
내달 5일에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이 다시 개봉한다. 미공개 장면을 포함한 '펀 버전'이다. 배급사 소니픽쳐스가 개봉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작품을 다시 내놓는 이유는 이미 흥행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국내에서 관객수 755만 명을 기록하며 팬데믹을 무색게 했었다. '펀 버전'은 앞서 북미 지역 노동절 연휴(2∼5일)에 맞춰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한국영화들도 있다. 이정재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1994)가 이달 중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극장에 다시 걸린다. 애초 배창호 감독의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을 결정했다가 이정재의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관심이 커졌다. 개봉 이후 28년 동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른 플랫폼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희귀한' 작품이다.
공효진과 신민아의 로드무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9)도 오는 22일 재개봉한다.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자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촘촘한 스토리라인과 복잡하고 서정적인 감정 묘사가 아직까지도 끊임없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개봉 당시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메가박스는 관객에게 사랑받은 과거 개봉작을 모은 기획전을 마련했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작품 가운데 '사랑은 비를 타고'(1952),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1982), '카사블랑카'(1942), '브이 포 벤데타'(2005), '엑소시스트: 디렉터스 컷'(1973), '보디가드'(1992) 등 여섯 편을 21일부터 석 달에 걸쳐 차례로 재개봉한다. 특별관 돌비시네마에서 '1917'(2019), '라라랜드'(2016), '은하철도999 극장판'(1979) 등을 상영하는 '돌비시네마 기획전'도 연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에도 '명작 다시보기 기획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여러 주제로 모아 기획전을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찍 찾아온 비수기…틈새시장 겨냥
이같은 재개봉 러시를 두고 장기간 이어질 비수기를 무난하게 넘기려는 배급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대 성수기인 7∼8월 흥행성적이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았고 추석마저 예년보다 일찍 왔다간 데다 흥행 분위기를 이어갈 작품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예년만 못한 추석 시장이 예상되면서 주요 배급사가 연휴에 맞춰 내놓은 영화는 '공조2: 인터내셔날' 한 편뿐이었다. 내달 두 차례 있는 사흘 연휴를 겨냥한 중급 영화들이 선보일 예정이지만 폭발적인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판권을 이미 보유한 작품인 경우 극장에 영화를 다시 거는 데 별다른 추가비용도 들지 않는다. 배급사 입장에선 한 차례 검증된 작품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여름시장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다보니 보통 10월 중순 이후 찾아오는 틈새시장이 일찍 형성됐다"며 "검증된 작품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향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재개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입소문에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최근 트렌드가 반영된 것 같다"며 "과거 개봉 때 호응을 얻었고 인지도가 높다면 여전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짚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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