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든 것 감내해 배웅할 것"..英 국장 이틀 전부터 자리 선점 경쟁 가열

정윤영 기자 2022. 9. 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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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웨스터민스터 사원서 국장 거행..추모객들, 이틀 전부터 텐트·의자 설치
일반 공개 한때 입장까지 16.5시간.."평생 간직할 추억"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인근에서 한 추모객이 펜스에 국기와 장미꽃을 걸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인근에서 오는 19일 열릴 여왕의 장례행렬을 가까이 보기 위해 추모객들이 텐트를 치고 대기하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런던=뉴스1) 정윤영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을 이틀 앞둔 17일.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될 웨스트민스터 홀 인근에서는 여왕을 가까이서 배웅하기 위해 자리를 선점하는 추모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텐트와 캠핑용 의자를 펜스 뒤에 설치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인 나이젤 하니프(58)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부터 이곳에 진을 쳤다. 이번 국장은 여왕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오랜 대기 시간을 감내하더라도 반드시 가까이서 지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왕의 서거는 영국에 큰 상실이다. 구멍이 생긴 느낌이다. 처음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이 사실을 받아드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며 "미국에 거주 중인 아버지에게 추모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영상 통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나는 감정에 북받쳐 여왕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니프는 "한 평생 여왕을 모셨는데 찰스 3세가 즉위하면서 '여왕'이 아닌 '왕'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는 어색하기만 하다. 오늘도 입버릇 탓인지 '찰스 국왕'이 아닌 '찰스 왕세자'라고 말했다"면서 "변화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가가 '갓 세이브 더 퀸(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에서 '갓 세이브 더 킹(하느님, 국왕을 지켜주소서)'으로, '여왕 폐하(Her Majesty)'에서 '국왕 폐하(His Majesty)'로 바뀌는 변화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젤 하니프(58, 좌)와 니콜 한킨(64)이 17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홀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19일 예정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찍이 9시간을 기다려 일반 공개에 참여했는데 여왕을 6번째로 참배했던 필리핀 여성은 33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더 대단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여왕은 우리에게 '안정감(stability)'을 가져다주지 않았는가. 그러니 인생에 마지막이 될 작별 인사를 고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감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지방인 켄트 출신의 셰린 토르프(61)는 "오늘 오전부터 이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의 역사"라면서 "여왕은 96세까지 은퇴하지 않았다. 끝까지 임무를 다 하고 가셨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 아닌가. 나는 엘리자베스 여왕 덕분에 영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영국 여성인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포츠머스 출신인 켈리 프랭키스(36)는 일반 공개에 참석한 뒤 긴 대기 행렬 탓에 중도 포기를하고 싶었던 순간도 존재했지만, 아버지와 함께한 14시간은 한 평생 소중히 간직할 추억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이 통제되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로 입장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줄 서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인근에서 한 추모객이 펜스에 국기와 장미꽃을 걸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프랭키스는 "일하다 소식을 처음 접했고, 엄마에게 곧바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우리 모두 슬픔에 잠겼다. 아버지가 해군으로 여왕을 모시다 은퇴하셨는데, 엘리자베트 여왕은 우리 가족에게 늘 뜻 깊은 존재였다"면서 "아버지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어젯밤 부터 14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살면서 아버지와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한 것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년시절 아버지 덕분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을 기억한다. 여왕은 우리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이 행사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며 "은퇴한 해군, 여왕을 모셨던 아버지와 함께 참석해 더욱 뜻 깊었다. 줄에서 대기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여왕을 참배한 것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업적(accomplishment)'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여왕의 서거로 사후 공식 계획인 '런던 다리 작전(London Bridge is Down)'이 개시됐다. 영국은 여왕의 서거 이후 열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가지고 있으며 19일 국장을 치른다.

영국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13일부터 대중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조문할 수 있도록 '일반 공개(lying in state)'를 진행하고 있는데, 17일 여왕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에 입장하기까지 16시간30분이 걸릴 것이라고 당국은 추산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경비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앞에 찰스 3세 국왕을 태운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로 입장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줄 서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7일 오전(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로 입장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램버스교에 줄 서 있다. 2022.9.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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