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취소 된 WKBL 트리플잼, 과연 '비' 만이 문제였나

조영두 2022.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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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프로야구에서나 벌어질 일이 농구에서 나왔다. 우천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3x3 농구 전용 야외 코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 삼성생명 3x3 Triple Jam(트리플잼) 프로&아마 최강전이 연기됐다. 전날 밤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코트가 젖어 있어 행사 진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WKBL은 코트 정비를 통해 어떻게든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1시간이 지체된 끝에 취소를 선택했다. 이로 인해 현장을 찾을 선수, 팬 등이 모두 발길을 돌려야했다.

여러모로 WKBL의 대처에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좋은 대안은 실내에서 트리플잼을 개최하는 것이었으나 최근 기상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미리 장소를 섭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1시를 훨씬 넘긴 2시에야 취소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아침 일찍 코트 상태를 보고 미리 연기를 결정했다면 많은 이들이 헛걸음 하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 트리플잼을 관람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도 몇몇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12시 무렵 대회 운영을 맡은 대행사 관계자들은 종이 박스를 이용해 코트의 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코트에 구멍이 뚫려있어 드리블을 치면 물기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 박스로 넓은 코트의 물기를 다 제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예상대로 대회는 취소됐다.

트리플잼은 WKBL의 야심찬 여름 행사다. 특히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주요 행사인 만큼 여러 변수와 기후 상황 등을 고려했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점프볼 취재 결과 WKBL에서는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트리플잼을 맡은 WKBL 관계자는 “사실 우천 상황을 대비해 삼성트레이닝센터(STC)와도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현장 세팅 발주 기한이 지난 14일까지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비 예보가 없어서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행사 전날이나 당일에 현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KBSN 중계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삼성트레이닝센터와 동시에 준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준비를 전날부터 했는데 16일 오후 5,6시에 비가 왔다. 코트에 방수포를 덮어놨는데 예상보다 비가 많이 와서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17일 오전 7시부터 신문지와 종이 박스를 이용해 코트 정비를 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행사 시작까지 6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를 줄 알았다. 만약, 비가 계속 내렸다면 진작 연기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 달 정도 뒤면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트리플잼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진행을 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트리플잼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다. WKBL은 지난 2017년을 시작으로 매년 주기적으로 트리플잼을 개최하고 있다.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여자농구를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WKBL 6개 구단의 트리플잼 출전 명단을 유심히 살펴보면 매번 유사하다. 젊은 유망주 또는 벤치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핵심 선수들은 부상 방지와 몸 관리를 이유로 나서지 않는다. 또한 현장에는 연맹 관계자들조차 잘 찾지 않는다. 그만큼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WKBL은 지금까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 연맹이 단순히 트리플잼 개최에만 의미를 두는데 많은 팬들이 찾아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트리플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연기된 이번 트리플잼이 추후에 다시 개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22~2023시즌이 오는 10월 30일에 개막하기 때문이다. WKBL의 아쉬운 대처로 인해 올해 트리플잼은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 사진_조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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