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최후의 보루마저 中에 내줄 것"..비관적 전망 쏟아졌다 [강경주의 IT카페]
중국 점유율 2년 연속 세계 1위 확실시
"중국 업체들, 투자 확대하고 인력 빼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데 이어 'K-디스플레이'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마저 결국엔 중국에 왕좌를 내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2년 내 중국이 주요 OLED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술력, 한국과 큰 차이 없어"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점유율(매출 기준)은 43%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가 확실시된다. 중국은 지난해 점유율 41.5%로 한국(33.2%)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다. 한국 업체들은 올해 점유율 30%를 간신히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TV 수요 악화 및 중국의 대량 공세로 인해 지난해에 못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LCD와 OLED 매출을 합친 것으로, 그 중 LCD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LCD는 이미 중국이 장악한 것으로 업계에선 인정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가던 중국 업체들은 이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OLED로 사업을 재편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 비중은 낮지만 성장성이 높은 OLED 시장에서 프리미엄 기술로 점유율 방어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OLED 시장에서는 아직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 OLED는 모바일과 태블릿 PC 등 정보통신(IT) 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로 점차 수요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중소형 OLED를 낙점하고 생산량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LCD 패널 생산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서 IT용 OLED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형 OLED에 주력했던 LG디스플레이 역시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IT용 OLED 신규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로나19 당시 TV 구매 수요가 늘어났지만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며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자 TV에서 IT 기기로 제품라인을 넓히는 모양새다.
"OLED마저 넘어가면 그때부터 가격 인상 시작"
LCD에 이어 OLED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대목.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와 TCL이 OLED 생산라인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도 직접 투자와 보조금 확대, 행정적 편의 등으로 OLED 키우기에 적극 나섰다.
실제로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은 빨라지고 있다. 중소형 OLED에서 중국 BOE, CSOT, 티엔마 등이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업계는 2024년이면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생산 능력(면적 기준)이 국내 업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TV에 사용하는 대형 OLED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는 전 세계 생산량의 99%를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지만 BOE가 2024년부터 대형 OLED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생산 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국내 OLED 기술 인력도 빼가고 있다. 업계는 국내 업체와 중국의 기술 격차를 2~3년 정도라고 보고 있다. 인력 탈취가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중국 현지에서도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글로벌 LCD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 업체들은 기존 연봉의 2~3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국내 OLED 기술 인력을 데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미 중국 OLED 핵심 인력의 약 20% 이상이 한국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도 OLED처럼 한국이 글로벌 점유율 80% 이상이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넘어가버렸다"며 "OLED마저 넘어가고 나면 그때부터 더욱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시작될 텐데 정부가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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