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美 '인·태 해양 포위망' 돌파 위해 '육지동맹' 강화

조준형 2022. 9.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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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연장 결정될 당대회 前 중앙아 순방서 우군 다져
16일 SCO정상 기념촬영서 중앙에 자리한 시진핑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4∼16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방문은 미중 전략경쟁에 맞서 중국의 '진영 다지기'가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동아시아 지역을 전장으로 삼는 미중 전략경쟁의 '후방'에 자리한 나라들과의 '육지 동맹'을 더 굳건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을 앞세운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서방 '해양세력'의 대중국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대륙 국가와 관계를 강화한 모양새였다.

32개월만에 나선 이번 외국 방문에서 시 주석은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서 모두 11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국경 갈등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인도를 제외한 SCO 6개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에다 정회원국 입회 절차가 거의 끝난 이란, 옵서버인 몽골,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SCO의 대화 파트너국가 튀르키예(터키) 등과 정상회담을 했다.

주로 중국의 서쪽과 북쪽에 있는 대륙 국가고 러시아, 이란처럼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중인 나라나,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가까운 나라가 많았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SCO 회원국과의 협력·결속 강화를 위한 각종 구상을 내놨다.

또 SCO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SCO내 지역 통화를 활용한 독자 지불·결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며 '달러 패권'에 맞설 구상도 제안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SCO 회원국 법집행 인력 2천명 양성, 중국-SCO 대테러 전문 인재 양성 기지 건설, 개발도상국에 15억 위안(약 3천억 원) 규모의 긴급 인도주의 원조 구상 등을 발표했다.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철도(CKU 철도) 건설을 위한 3국 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도 다시 동력을 공급했다.

시 주석은 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을 의미하는 '색깔혁명'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 등 외세의 영향력 차단 필요성을 역설하고, 더욱 긴밀한 'SCO 운명공동체' 건설을 추동하자고 역설했다.

SCO 정상회의 결과물인 '사마르칸트 선언'에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맞서 강조해온 '집단화·이념화·대항적 사고를 통한 국제·지역문제 해결 반대'가 반영됐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외교적으로 힘이 빠진 터라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주도권은 더욱 두드러졌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7개월만에 만나 '핵심 이익' 상호지지, 에너지 교역 확대 등을 논의하며 전략적 협력 기조를 재확인했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서 얼굴 마주한 시진핑과 푸틴 (사마르칸트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2022.9.16 leekm@yna.co.kr

15일 중·러 정상회담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의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한 것이 중·러간 균열의 징조라는 해석도 서방 언론에서 나왔다.

하지만 앞서 7일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중국 3인자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러시아 측에 한 발언을 고려하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친러시아적 중립노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당시 리 위원장은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과 만난 자리에선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의 우려와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중국 측 공식 발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었던 점에서 보듯 시 주석이 신중한 모습을 보인 측면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서방의 경계와 견제를 피하기 위한 전술적 고려에 따른 것이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견해 또는 중·러 전략 협력 강화 기조가 크게 변화한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아울러 이란에 이어 벨라루스가 SCO 가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바레인, 몰디브 등이 SCO의 대화 파트너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등 SCO가 확장되는 흐름도 중국엔 호재다.

중국 당국은 이번 순방 성과를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0월 16일 개막)와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방문은 중앙아시아 주변에 입각해 유라시아 대륙을 향하는 전 지구적 변화를 총괄하는 것"이라며 "시 주석의 외교사상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20차 당대회를 거론한 뒤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에 더욱 긴밀하게 단결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 특히 시진핑 외교 사상을 지도 방침으로 삼아 힘차게 신시대 중국특색 대국 외교의 새 국면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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