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방 뒤지는 딸.."돌고 도는 유행도 타이밍이란다" [생생유통]
'복고'는 하나의 트렌드나 스타일로 볼 수 없음
다양한 스타일 존재해 하나로 묶는 건 불가능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본능적인 심리 현상
10대에 취향 결정..경제력 갖춘 후 추억 찾아
단순히 복고 유행 따라가면 촌스러움 못 벗어나
수년째 불고 있는 복고 바람을 부르는 용어다. 미디어에서는 올해도 역시나 복고가 유행이라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매년 패션·음악·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를 뽑을 때 누군가는 항상 레트로·뉴트로·영트로, 이른바 복고를 뽑는다. 유행은 돌고 돌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과거의 것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유행을 단순히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감'이라는 '복고'의 사전적 의미처럼 하나로 묶어서 설명해도 괜찮을지는 의문이다.
복고라고 다 같은 복고는 아니다. 70년대풍은 80년대풍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과거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복고가 있을 것이고 프레피룩과 같이 미국 동부의 옛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복고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Y2K스타일과 같이 일부에서는 퓨처리즘적 성향을 보이는 복고도 있다. 하나의 트렌드 또는 스타일로 묶기에는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이는 요소들 투성이다. 복고라는 하나의 트렌드나 스타일로 부르기보다는 개별적인 트렌드와 스타일로 세분화 시켜서 부르는 게 맞아 보인다.
'복고가 유행한다'고 표현할 때 '유행'이라는 표현에 '복고'가 맞을지도 의문이다. 복고를 하나의 스타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복고는 유행이라는 단어와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행'은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을 가리킨다. '유행'이라는 단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이라는 시간적 조건이 필수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말하는 유행하고 있는 복고에는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어색해진지 오래다. 수년째 계속되는 복고 바람에서 일시적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복고가 유행이 맞다면 이 바람은 언젠가 끝나야 한다. 하지만 복고는 미디어에 의해서든, 시장에 의해서든, 그리고 트렌드를 소비하는 우리에 의해서든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행'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막연히 과거의 유행이 다시금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유행의 흐름과 변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분석해야만 '촌티'를 벗어날 수 있다. 돌고 도는 유행에 대해서는 '10년 주기설', '20년 주기설', '30년 주기설' 등 다양한 분석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년 주기설이다. 한 개인에게 과거가 10대 시절이라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12세에서 22세 사이, 인간의 뇌는 급속한 신경 발달 과정을 겪는다. 급속한 신경 발달 과정에서 한 개인은 자아를 형성하고 그 자아는 평생 동안 한 개인의 취향과 세계관을 결정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10대 시절의 음악 취향, 성향, 패션 등은 평생 함께 가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복고 트렌드인 Y2K는 뇌 발달 이론과 그에 따른 유행의 변화를 가장 잘 증명해준다.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에 숫자 2, 1000을 나타내는 'Kilo'가 결합한 말이다. Y2K스타일이라고 하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쯤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Y2K 당시 10대 시기를 보냈던 지금의 30대가 됐다. 당시의 10대가 30대가 됐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와 달리 30대가 되면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유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패션, 미식 등에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도 새롭게 등장한 소비층인 30대를 공략하기 위해 그들 성향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다. 또 다른 요인은 30대가 주요 경제활동 주체라는 점이다. 패션, 음악 등 트렌드를 중시하는 각종 업계에 30대가 종사하게 되면서 그들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현재 30대가 좋아하는 취향이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그에 따라 10대와 20대 등의 유행도 맞춰서 변화하는 것이다. 10대와 20대는 30대가 만든 흐름을 바탕에 두고 자신들에게 맞는 유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30대가 주된 소비 수요층과 생산층이 되면서 20년 전 10대 시절을 보낸 Y2K는 자연스러운 트렌드가 된 것이다. 유사한 사례는 201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건축한 개론', '응답하라 시리즈', '신사의품격' 등 1990년대 문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미디어에서는 1990년대를 유행 트렌드로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정확한 분석은 정확한 용어에서 나온다. 유행하는 것은 '복고'가 아니라 '0000년대 유행했던 00스타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물론 복고 또는 레트로·뉴트로·영트로는 내년에도,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누군가에 의해 '올해의 트렌드'로 뽑힐 것이지만.
마지막으로 사족이지만 '복고'에는 너무도 많은 설명을 붙인다. '팍팍한 현실 때문이다', '불황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시대 때문이다' 등등 각종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은 IMF시기를 다룬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을 다룬 작품이나 스타일이 인기일 때도 나왔다. '가난했지만 정이 있던 시기', '낭만이 살아있던 때' 등 나름의 분석이 나왔다. IMF 당시 기사에서 수많은 언론들은 정이 사라지고 있음을 걱정했고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기 팍팍하다고 말하는 지금도 아마 20년 후 복고 유행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힘들었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던 시대' 등으로 포장되어 있을 것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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