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윤종빈 감독 "실제 만난 K씨 특수부대 출신 같은 강인한 이미지였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돌아온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수리남'은 14일(수)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3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2천 60만을 기록하고 한국, 홍콩, 싱가포르, 케냐 등 1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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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시리즈에서 보인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가 바탕이라는 이 작품에 대해 윤종빈 감독은 "처음에는 황당했다. 조봉행을 잡기 위해 3년 동안 언더커버로 활동한 K 씨의 녹취록을 문서로 정리한 걸 처음 받아봤을 때에는 '에이, 진짜 말이 돼? 평범한 민간인이?'싶어서 납득이 안됐다. 인생의 큰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3년을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신조차 엄청난 실화가 너무 현실감 없다고 생각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K 씨를 직접 만났는데 딱 얼굴을 보니까 납득이 가고 이해가 됐다. 정말 강인한 영혼의 분이더라. 지금은 환갑쯤 되셨을 텐데 굉장히 강한 특수부대 출신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분이셨다. 이런 분이라면 거기서 그렇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그분께 직접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 더 이해가 되었다."라며 이 작품에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윤종빈 감독은 "1회에 나오는 '강인구'가 살아온 이야기는 90% 정도가 실제 K 씨가 살아온 인생 사다. 정말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고, 극 중에는 동생이 2명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동생 3명을 키웠고,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기 싫어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이셨다. 그런 전사가 깔려 있어야 일반인과 다른 강인한 생존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납득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리즈에서 1회의 전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뤘다."라며 캐릭터의 무게감을 살리기 위해 정성 들여 초반 장면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 감독은 "실제 이야기가 너무 드라마틱 하고 오히려 너무 영화적이고 클리셰 같아서 일부러 작품에서는 덜어낸 부분도 많다."라며 "K 씨가 조봉행과 친해지려고 일부러 차이나타운에 스킨헤드로 밀고 가서 중국 갱단과 싸우러 다녔다고도 하더라. 조봉행 귀에 이야기 들어가게 하려고. 또 원래는 K 씨가 수리남 현지에서 도와주는 사람의 집에서 같이 살았는데 그게 조봉행의 집이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마약왕이었고, 그 사람이 자신의 홍어에 마약을 넣어서 적발이 된 거고. 이런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너무 설득이 안 될 것 같았다. 그걸 푸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였다."라며 이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며 가장 고민스러웠던 지점을 이야기했다.

윤종빈 감독은 "K 씨는 실제보다 더 유머러스하고 능글능글 능청맞게 하려고 했고, 조봉행의 경우는 많이 각색을 했다. 시리즈로 만들며 매력 있게 하기 위해 직업만으로도 믿음을 주고 권위를 주려다 보니 목사로 설정을 했다. 또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실제 피지섬에서 사이비 목사가 교민 400명을 데려다 강제 노역을 시켰던 것도 있어서 거기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라며 '전요환'의 캐릭터 설정에 도움을 받은 또 다른 실화도 언급했다.

감독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시간을 들인 작업은 오프닝 시퀀스라고 했다. 그는 "한번 만들었다가 다 갈아엎고, 다른 업체에 맡겨서 컷마다 컨펌을 하며 만들었다. 안경을 쓴 사람이 하정우고, 그 안경을 들어갔더니 한 명이 나를 보고 있는 게 바로 반전의 인물이다. 오프닝 시퀀스에 6부의 내용이 다 요약되어 있다. 스토리를 생각하고 다시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오프닝 시퀀스의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영화 후반부에 전요환의 교인들을 구출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그 이야기까지 다루면 지루하고 종교 이야기로 빠질 것 같아서 뺐다. 성인 신도들은 계속 남겠다고 하고 아이들만 구출한 걸로 찍기는 했다."라며 비하인드를 설명했고, 영어 제목에 대해서도 "원래는 영어로도 수리남으로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추천해서 나온 것 중 괜찮은 걸로 골랐다."라며 영문 제목이 한글 제목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건 해외 로케이션 일 것. 윤종빈 감독은 "3부 엔드와 4부 초의 브라질 국경으로 나온 곳은 제주도다. 야자수를 키워서 파는 농장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비주얼이 아니었는데 내가 미술감독에게 여기를 브라질 국경처럼 만들자고 했고, 3개월 정도 식물을 더 심고 키워서 찍었다. 물론 CG도 많이 들어갔다."라며 알고 보니 깜짝 놀랄만한 로케이션의 비밀을 알렸다.

또 "전요환의 저택도 구 파라다이스호텔로 영업을 안 하는 곳이다. 그때 당시에 '수리남'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절반 이상을 해외 로케이션 할 걸로 계획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아예 못 가는 상황이 되었다. 야산을 남미라고 우기며 찍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가족 여행을 제주도로 갔었다. 여행을 하던 중에도 온통 남미 생각밖에 안 하고 있었는데 유명한 커피숍이 있다며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 '남미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라와서 제작진과 함께 여기를 남미로 꾸미자고 이야기했다. 분수도 만들고 야자수도 심고 세팅을 했고 30% 이상의 야자수는 CG로 채웠다."라며 봤던 장면도 다시 보게 만들 로케이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수리남'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