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중국 대륙을 떠나고 있다
생산기지 인도·베트남으로 이전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 9월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아이폰14가 공개됐다. 아이폰14는 기능과 디자인에서 이전 버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폰14에는 과거 버전과 다른 큰 차이점이 생겨났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OEM)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이 아이폰14의 일부 물량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전량 생산해 왔던 공급망에 첫 균열이 일어났다.
#2 오는 10월6일 구글은 미국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인 픽셀7과 스마트워치를 공개한다. 픽셀7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13 운용체계와 인공지능(AI) 기능에 걸맞게 최적화한 '텐서' 칩이 탑재된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강자인 삼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전에는 구글도 픽셀폰을 대만과 중국 기업에 OEM을 줘 중국에서 전량 생산해 왔다. 하지만 픽셀7은 적지 않은 물량이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지적처럼, 미국 빅테크가 중국에서 생산되던 제품의 공급망을 벗어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세기 들어 중국은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 잘 닦인 인프라와 일정한 산업 기반 등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를 휩쓴 대표적인 글로벌 상품이 아이폰이었다. 애플은 초창기부터 아이폰을 미국에서 설계하고 디자인해 폭스콘을 위시한 대만 기업들에 OEM을 주었다. 그리고 대만 기업들은 중국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강력한 '중국 옥죄기'
이런 공급망 체계는 애플에 이익의 극대화를 가져다주었다. 5~6년 전부턴 애플이 중국 업체인 '럭스쉐어(立訊精密)'에 물량을 늘려줘 대만 기업과 경쟁시키면서 수익을 더욱 늘렸다. 중국에 완결된 공급망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양상은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공장 부지 제공, 세금 감면, 보조금 지원 등 중국 정부의 각종 혜택은 외국 기업을 유인하는 데 한몫했다. 게다가 내수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진출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중국산 상품에 대한 막대한 관세의 부과를 천명했다. 그에 따라 2018년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같은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은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2019년에는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트럼프는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도 펼쳤다. 중국에서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자국 기업에 비용 전액을 지원했던 것이다. 또한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31%에서 21%로 대폭 낮추었다. 이런 정책 방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치중된 공급망을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 정책을 새롭게 펼쳤다. 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에서 중국을 배제한 '칩4' 동맹까지 출범시켜 중국의 첨단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전략까지 들고나왔다.
이에 따라 애플과 구글이 중국에서 벗어나 아이폰14와 픽셀7의 일부 물량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하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 당국과 의회는 중국 OEM업체와 직원이 신규 아이폰의 디자인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 향후 애플의 탈()중국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애플워치·에어팟 등을 베트남에 진출한 대만 OEM업체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대만 OEM업체들은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외국 기업의 탈중국 러시에는 중국 내부의 원인도 크게 작용한다.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외국 기업에 부여했던 각종 혜택을 폐지했다. 인구 증가가 정체하고 1인당 GDP가 급등하면서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의 매력도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전국 곳곳에서 도시 봉쇄가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중국 사회에 애국주의 광풍이 불면서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렇기에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나이키·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마저 매장을 대폭 줄이거나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脫중국,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
외국 기업의 탈중국 현실은 어떤 상황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9월14일 황재원 KOTRA 정보통상협력실장(54)을 인터뷰했다. 황 실장은 1995년 입사한 이래 17년 동안 중국 각지에서 근무한 현장 전문가다. 또한 지린(吉林)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KOTRA 내에서 해외 시장 정보와 통상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를 이끌고 있다.
최근 외국 기업의 탈중국 상황은 과거의 중국 철수와 어떻게 다른가?
"과거에는 중국 내 생산 코스트의 부단한 상승, 기술 및 자본집약적 산업 위주로 변화하는 중국 정부의 투자유치 정책 등이 원인이었다. 따라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중국에 진출했던 노동집약적이고 임가공 수출 위주의 외국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생산 기반을 동남아로 계속 이전해 오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거나 본국으로 철수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기업들에 특정 지역에 생산망을 집중할 경우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했다. 이에 '차이나+1' 전략을 세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도 최근 탈중국 상황의 중요한 원인이다."
중국을 떠나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외국 기업이 베트남과 인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 입장에서는 풍부하고 젊으며 적은 임금의 노동력 덕분에 낮은 생산 코스트를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급격한 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중국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늘어나고, 인구 증가의 정체로 현장에 투입할 노동자가 부족해져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 인도와 베트남이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내놓는 공격적인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제조업 발전을 통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자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전개하면서 IT·자동차 등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달리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발 빠르게 전환해 외국 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줘 올해 큰 폭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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