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득템, 쉽게 갈아타죠"..MZ '명품 사랑'에 판 커진 시장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MZ세대, 명품이라면..
신제품, 중고품 여부 크게 안 따져
대기업도 앞다퉈 시장 뛰어들어
"폭풍 검색 끝에 당근(마켓)에서 '득템' 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화장품 파우치나 가방 속 물건을 쏟아 소개하는 ‘인 마이 백 릴레이(in my bag relay)’를 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소장 중인 90만원대 명품 제품인 에르메스 파우치(화장품 가방)를 소개하며 중고 거래를 통해 매장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플렉스 붐을 타고 명품 리셀시장 규모 역시 덩달아 커지는 추세입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연예인이나 일부 부유층들도 중고 명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명품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보복소비 열풍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9조3437억원으로 전 세계 7위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12조2100억원)과 비교하면 약 58.4% 성장했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치소비를 중시해 중고 제품을 애용하는 MZ세대는 명품을 소비할 때도 중고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명품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구매 주기가 짧아진 점도 중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저렴한 비용에 구입하면 그만큼 쉽게 처분하고 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럭셔리 시장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전세계 명품 중고 시장 규모는 330억유로(45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7년 대비 65% 증가한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신제품 신장률이 12%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중고 시장 규모가 5조원에서 20조원으로 급성장해 중고 명품 역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에서는 중고 명품 시장 규모를 5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중고 명품 수요가 늘면서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 업체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리셀테크'(Resell+재테크) 열풍을 타고 명품에 집중하는 리셀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입니다. 스니커즈, 명품 등 특화 리셀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열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지난해 1조7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매년 30% 넘게 성장 중입니다. 최근에는 트랜비·발란·머스트잇 같은 명품 플랫폼들도 중고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고 명품 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한 유통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랩을 시작으로 중고 매장을 입점시켜 왔습니다. 이번에 신촌점에 새로 문을 연 중고 상품 전문관은 806㎡(약 244평) 규모로, 다양한 중고 전문 업체들이 들어왔습니다. 백화점에서 상시적으로 중고 명품 전문관을 운영하는 것은 업계 최초입니다. 중고 명품 거래 업체 '미벤트', 중고 명품 시계 편집숍 '서울워치',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의 보석·향수·식기 같은 빈티지 상품을 판매하는 '리그리지' 등이 입점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의 얼굴 격인 1층에도 중고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이달 중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매장을 열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측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리커머스'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AK플라자는 비대면 무인 중고 명품 자판기를 경기 분당점에 설치해 운영중입니다. 스타트업 중고 거래 업체 '파라바라', 온라인 중고 명품 감정 업체 '엑스클로젯'과 손잡고 명품 가방, 지갑 등을 판매합니다. 판매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상품 사진과 가격을 등록한 뒤 무인 자판기에 넣어두면 구매자가 결제기에서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소비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중고 명품 시장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품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했다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두는 이들에게 명품은 '비싸지만 또 비싸게 되팔 수 있는 상품 중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MZ세대에게 명품은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경험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명품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니 중고 시장 외형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여겨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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