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쇄담] 재기한 브래디, 위기의 브래디?
올해 은퇴 후 번복
'세기의 만남' 아내 지젤 번천과 최근 결혼 갈등 불거져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팀보다 우승을 더 많이 한 선수가 있다. 바로 NFL(미 프로풋볼)의 ‘전설적인 쿼터백’ 톰 브래디(45)다.
◇NFL 역대 최고 수퍼스타, 올해 은퇴 선언 후 번복
브래디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수퍼스타다. 22년간 NFL 무대를 누비며 수퍼볼(Super Bowl·미 프로풋볼 리그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만 7회 올랐다. NFL 역대 수퍼볼 최다 우승팀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이상 6회)인데, 이 두 팀보다 브래디 개인의 우승 횟수가 더 많다. 뉴잉글랜드 소속으로 2000년 데뷔해 20년간 뛰며 수퍼볼 타이틀을 6회 거머쥐는 등 팀의 모든 우승과 함께했다. 그리곤 2020년에 만년 하위 팀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로 이적해 팀을 이끌며 한 차례 더 정상에 올랐다. 수퍼볼 MVP(최우수선수)를 5회, 시즌 MVP를 3회 수상했다.
20여년 넘게 필드를 지배했던 브래디는 지난 2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를 알렸다. 그는 “더는 경쟁력 있게 헌신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힘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을 시사했다. 이어 “이제는 내 관심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여기서 브래디가 언급한 ‘관심이 필요한 다른 분야’는 그의 가족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NFL 정규 시즌은 통상적으로 9월에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숨가쁘게 이어진다. 그리곤 2월까지 플레이오프와 수퍼볼이 열린다.
미국에선 보통 학교들이 8월~9월에 개학과 개강을 한다. 10월엔 어린이들을 위한 할로윈(Halloween) 행사가 있고, 11월엔 미국식 ‘추석’이라고 할 수 있는 긴 연휴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 있다. 12월엔 크리스마스와 각종 새해 행사가 몰려있다. 또 미국 역시 선선한 가을 시즌에 결혼식과 같은 경사를 많이 올린다.
하지만 브래디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순간들을 포기해야 했다.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브래디는 “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같이 못 보낸지 23년째가 됐다”며 “8월과 이듬해 1월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생일 파티도 못 갔고, 이때 있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45세쯤엔 여러 약속과 의무가 생긴다. 자식들이 자라나는 것과 관련한 일들 말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래디는 23번째 시즌을 위해 돌아왔다. 지난 3월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관중석이 아닌 필드란 사실을 깨달았다”며 약 40일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12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스타디움에서 열린 댈러스 카우보이스와의 올 시즌 첫 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팀의 19대3 대승을 이끌었다. 브래디는 이날 ‘역대 최고령 쿼터백 선발 출전’이라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종전 쿼터백 최고령 선발 출장은 1998년 44세 279일이었던 스티브 디버그. 브래디는 1977년 8월 3일생으로 45세를 넘겼다.
◇브래디의 라스트 댄스,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족
노익장을 과시하는 브래디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모델 출신 아내 지젤 번천(42·브라질)이다.
브래디와 번천의 열애는 최고의 쿼터백과 최고의 모델간의 ‘세기의 만남’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둘은 2006년 12월에 지인을 통한 소개팅으로 만나 연애를 시작해 2009년 2월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번천은 그해 12월에 아들 벤자민을 출산했고, 3년 뒤인 2012년 12월에는 딸 비비안을 낳아 현재 브래디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있다.
번천은 1996년 데뷔 후 우아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모델이자, 마지막의 진정한 ‘수퍼모델’로 꼽힌다. 대표 여성 패션 잡지인 보그(Vogue)를 포함해 각종 잡지 표지에만 1200번 넘게 등장했다. 특히 그는 마치 말처럼 성큼성큼 큰 폭으로 걸음을 딛으며 앞뒤로 차내듯 걷는 ‘호스워크(Horse-walk)’를 모델계에 안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모델 랭킹에서 8년 연속으로 번천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때 그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47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500억원)였다. 포브스는 2011년엔 브래디와 번천 부부를 한 해 가장 많은 수입(약 7600만 달러)을 올린 ‘파워 커플’로 선정하기도 했다. 번천은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 때 그의 전매특허 캣워크를 선보인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번천은 2015년에 런웨이 모델로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당시 그는 “내 몸이 내게 멈추라고 말한다”며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더는 경쟁력 있게 헌신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은퇴했다가 이를 번복한 남편을 우려스럽게 본다. 번천은 최근 한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식축구는 상당히 격렬한 스포츠다. 또 나는 남편이 나와 아이들 곁에 더 있길 바란다”며 “나는 그와 이 얘기를 수없이 했다. 그러나 남편 역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는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자녀들이 자라나고 성공하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해 우회적으로 브래디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근 CNN 등 외신은 브래디와 번천이 불화설을 겪고 있으며 별거 중이라고 보도했다. 브래디는 올해 NFL 시즌 개막 전 “개인적 문제”를 이유로 훈련에서 11일간 빠지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답게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할 사람과 할 일, 이 두 가지 뿐이다”고 했다. 위태롭게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는 브래디가 사랑하는 가족을 어떻게 안심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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