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공격시 압도·결정적 대응"..美전략자산 확대 전개될 듯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미 양국이 16일(현지시간) 4년8개월만에 재가동한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핵심 메시지는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에도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한다"였다. 한미는 기존의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 역량은 물론 최첨단 역량의 진전된 비핵 전력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같은 강경 메시지는 제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이 지난 8일 핵 선제 공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발표한 데 대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높아졌으며, 이에 대한 억제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한미 공동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번 EDSCG에선 미국이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우리 측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는 성과를 얻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EDSCG 참석 전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전략자산의 전개 수준이나 폭이 과거와는 달라질 수 있다"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미 전략자산은 항공모함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및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을 일컫는다. 이들 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으나, 북한의 핵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 정상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전개 재개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이었다.
EDSCG 이후 특파원들과 만난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자산을 어떻게 추가 배치한단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적으로 할 것인가 논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미국이 (전략자산 활용)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개시했고 진전을 보는 과정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EDSCG 한미 공동성명엔 미 전략자산의 구체적인 운용 계획이 나오지 않지만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미국의 공약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은 지난 7월 알래스카주 아일슨 기지 소속 F-35A 6대를 한반도에 전개해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시행했다. 미 공군 F-35A가 공개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건 2017년 12월 이후 4년7개월 만이었다. 당시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때였다.
내주에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항모 '로널드 레이건'(CVN-76)이 부산에 입항한 후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미 해군 항모가 우리 해군과 우리 작전 구역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 역시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3척이 동시에 동해를 찾은 후 처음이다.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F-35A와 '로널드 레이건'을 언급한 건 '핵실험이 없더라도 억제 차원에서 전략자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많은 전략자산이 전개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EDSCG 공동성명엔 우리측 대표단의 B-52 전략폭격기 시찰이 동맹의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시켰다는 평가 내용도 포함됐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포함한 우리측 EDSCG 대표단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 등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 전략자산과 저위력 핵무기 종류 및 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B-52 날개 아래 핵탄두 탑재부를 직접 확인했다.
한미는 신 차관 일행의 B-52 시찰 사진도 공개했는데, 이는 유사시 전략자산을 적극 활용한다는 의지를 북한에 확실하게 보여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태평양 괌에 B-52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륙하면 2시간 만에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
B-52 외에도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 폭격기, 핵폭탄 장착이 가능한 B-2 폭격기도 언제든지 한반도로 출격 가능한 상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는 과거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전개된 적 있는데, 이번 EDSCG에서 한미가 언급한 '압도적, 결정적 대응'은 7차 핵실험 땐 단순 전개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란 법령에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단 점에서 오히려 "북한이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이 확장억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군사·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에 관해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EDSCG를 통해 일반적인 전략자산은 물론 우주, 사이버 등 진전된 비핵 능력까지 포함한 모든 군사적 범주를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고하기로 약속했다. 우리 대표단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청과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확장억제 개념을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미는 핵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해 정보공유, 공동기획, 위기협의, 연합연습, 전략자산 전개, 전략협의 등에 대해 분야별로 구체적인 논의를 해오고 있다. 공동기획이나 위기협의 등의 경우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 내용을 진전시키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또 연내에 북핵 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는 군사 대응 훈련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대한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는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한미는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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