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커넥션, 어떻게 대세가 됐고 왜 세기말 英 밴드사운드를 되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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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상징인 '라이브 클럽 데이'가 2년9개월 만에 대면으로 열린 지난 7월22일.
-홍대 앞은 항상 불황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밴드 구성은 이끌어가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사실 너드 커넥션의 영국 밴드 사운드와 뉴진스가 들려주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아이돌 음악(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초까지 S.E.S나 밀크(M.I.L.K)의 노래들)은 사실 제 세대(40대 초중반)에겐 익숙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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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7년 결성·작년 첫 정규…올해 첫 전국투어 돌며 인기 확인
서영주(보컬·기타)박재현(베이스)·최승원(기타)·신연태(드럼) 4인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홍대 앞 상징인 '라이브 클럽 데이'가 2년9개월 만에 대면으로 열린 지난 7월22일. 인디 음악 팬들이 모두 홍대 앞으로 몰렸는데, KT&G 상당마당 홍대 앞 줄이 유독 길었다.
대세 밴드 '너드 커넥션(Nerd Connection)'이 출연 라인업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영국 밴드 사운드를 지향하는 팀. 20세기 말의 이것을, 21세기 한국으로 제련해내는 연금술을 가진 이 팀의 연결(Connection)성이야말로 국내 밴드 신(scene)의 넓이다. 이들은 감성 록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는다. 이 장르가 그들의 음악에서 노래한다.
'지금은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향수'라는 부제로 작년 10월 발매했던 첫 번째 정규 앨범 '뉴 센추리 마스터피스 시네마(New Century Masterpiece Cinema)'가 그 미학을 증명했다.
항상 척박한 밴드 신에도 이처럼 구세주는 종종 등장한다. 2010년대에 '혁오' '잔나비'가 있었다면, 2020년대엔 너드 커넥션이 있다는 말이 괜히 퍼지는 게 아니다. 광(狂)적인 분위기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지난 6월18일 KT&G 상상마당 부산 라이브홀 스탠딩석 공연,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77'이라는 타이틀로 역시 힙스터들이 운집했던 지난달 20~21일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서울 공연 등 너드 커넥션의 전국 투어 '슈퍼노바!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음악창작소에서 '슈퍼노바!' 투어를 이어가는데,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돼 18일 같은 장소 공연이 추가됐다. 이 역시 단숨에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코리아 스포트라이트(Korea Spotlight) 2022'에 선정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 음악 마켓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에 출연한다. 22일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에게 인사한다.
최근 연습실이 위치한 목동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노력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개무량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서영주(보컬·기타), 박재현(베이스), 최승원(기타), 신연태(드럼) 등 밴드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첫 전국 투어인데요.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투어를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지 몰랐어요. (코로나 19가 없었으면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묻자) 코로나19에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 가운데 노력했던 것들이 지금 투어를 돌 수 있게 해준 거 같아요. 코로나19라는 시기가 없었다는 걸 가정해 어떻게 됐을 거라고 확언하기는 힘들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그런데 세종시 투어 추가는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깁니다."(서영주)
-정규 1집 '뉴 센추리 마스터피스 시네마' 수록곡인 '슈퍼노바!'를 이번 투어 타이틀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투어 제목을 저희 곡 제목으로 정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뒤 만장일치로 결정된 게 '슈퍼노바!'예요. 단어가 주는 어감도 그렇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 이번 콘서트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습니다."(서영주)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시는데요. 최근 발매한 싱글 '파블로' 역시 기존에 선보였던 너드커넥션의 밴드 사운드와는 다릅니다. 이 시기에 발매된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준비됐던 곡은 아니에요. 노래가 주는 계절감이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미지와 잘 어울려서 그 부분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곡을 낼 때마다 같은 걸 반복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해오지 않았던 그루브감을 많이 살려서 리듬감이 돋보일 수 있게끔 작업했습니다."(최승원)
-그러고보면, 너드 커넥션의 노래 중엔 계절감이 묻어나는 곡이 많아요. 시간과 사운드가 맞물려 공감각적인 심상을 준다고 할까요?
"곡을 만들 때 해당 시기의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계절이 주는 정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여름에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겠지만, 아직은 계절감이 맞게 내는 게 재미가 있어요. 그런 스타일이 많아지면 다른 형식으로 곡을 만들어낼 수 있겠죠."(서영주)
-홍대 앞은 항상 불황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밴드 구성은 이끌어가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홀로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밴드를 왜 하는 겁니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좋아하고 인정하는 친구들과 팀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 밴드 음악을 좋아했고 밴드 멤버가 된 거죠. 팀에서 같이 할 때 시너지가 확실히 있어요. 어릴 땐 밴드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중학생 때 친구가 기타를 배우는 게 재밌어 보여 같이 학원에 다니며 배웠는데 기타만이 낼 수 있는 사운드와 표현에 빠진 거죠.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서태지 음악이 나왔는데 그 사운드를 재밌게 들었던 거 같아요."(최승원)
"제가 말을 잘 못하는데 밴드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가사에 녹여내니까 재밌가 있더라고요. 또 네 명이서 함께 할 때 살아있는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컴퓨터 파일을 서로에게 보내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게 아니에요. 합주실에서 같이 곡을 만들어요. 하나의 스케치가 곡이 돼 가는 과정이 재밌고 그때 살아 있는 거 같아요.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이 방법을 계속 할 거 같아요. 처음엔 기타를 쳤는데 엑스재팬 '러스티 네일(Rusty Nail)', 메탈리카 '엔터 샌드맨' 솔로를 연주하지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베이스를 연주하게 됐는데 제대로 알고 보니 어려운 악기더라고요. 쉬운 길을 가려고 했다가 더 어려운 길로 접어들었죠. 그러면서 더 베이스의 매력에 빠졌어요. 리듬감이 있는 줄 알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슬랩(엄지로 줄을 때리고 검지로 쥐어뜯는 주법) 연주법을 알고 나서 더 빠졌습니다."(박재현)
"처음 시작할 때는 신기했어요. 왜냐면 저희는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예전엔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거든요.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마냥 신기했죠. 그렇게 재미를 느끼면서 벌써 (밴드가 결성된 지) 5년이 흘렀네요. 그 사이 작업물이 많아졌고 듣는 분들도 생겼죠. 리스너들이 많아지지 않았다면 동력을 잃었을 겁니다. 지금은 그 분들께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에요.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지평을 획기적으로 보여주고 싶죠. 그런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영주 씨의 입담이 밴드와 공연에 윤활유가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어느 순간부터 책임감도 느끼게 됐어요. 재밌어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말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둘 다 늘어나는 거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생각을 안 하고 뱉어버리면 독이 될 수 있죠. 제가 올바르게 살고 생각도 올바르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 실언을 하지는 않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더 신중해야죠"(서영주)
"재밌어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취미가 업으로 되는 과정에서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죠. 재밌고 즐거운 건 처음과 똑같은데 다만 책임감이 커졌어요. 밴드는 음악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예전에 체육관 사범을 해서 가치관도 중요하게 여겨요. 그때 가르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종종 TV랑 매체를 보고 연락을 주세요. 그럴 때 더 마음을 다지죠. 아이들은 쉽게 배울 수 있잖아요."(신연태)
-연태 씨는 나중에 합류하게 된 건데 팀에 너무 잘 어우러졌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다정다감해서 팀의 엄마 역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너드 커넥션은 같은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만난 공대 출신 서영주·최승원·박재현이 라디오헤드·오아시스 같은 영국 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뒤 타학교 체대 출신으로 태권도 사범을 하며 드럼을 치던 신연태가 합류하면서 밴드의 완성체 꼴을 갖췄다.)
"이 친구들의 역할이 컸어요. 텃세는 전혀 없었고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줬죠. 여덟 살에 드럼이 신나 보였고 중 3때 교회에서 처음 배우기 시작했죠. 이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부터 같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요. 솔직히 처음엔 무섭긴 했어요. (태권도 사범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아직 20대 밖에 안 돼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겁먹을 필요가 없을 거 같았죠. 이전의 편안함 때문에 새로운 걸 선택못하면, 그게 습관이 될 거 같다는 무서움도 있었습니다."(신연태)
-최근 인기가 심상치 않아 저 개인적으로는 밴드의 전환점이 올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멤버분들에게 전환점은 언제였나요?
"전 저희 밴드가 아직은 터지기 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초부터 익어가는 느낌이 들긴 해요. 주변에서 저희를 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거든요. 카페에 가도 저희 노래가 흘러나오는 경우도 많고요."(신연태)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 한번도 휴식기를 갖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해왔어요. 그 순간들의 하나하나가 모여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순간순간이 전환점인 거죠."(최승원)
"음악적인 부분에서 전환점을 찾는다면, 당연히도 작년 발내한 첫 정규 앨범이에요. 앨범 단위로 작업하니, 작업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기획을 하고 구성을 해 서사를 만들어낸 이후와 그 이전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규 앨범 발매 전에는 전에는 (발매 전후가) 뭐가 다른지도 몰랐으니까요."(서영주)
"해왔던 경험이 더 쌓여 발매할 정규 2집이 저희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요. 다들 생각만 하고 언제 낼 지는 모르겠지만, 1집을 내면서 배우고 부족한 점을 파악했으니까 2집 땐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중적으로도 더 알려지지 않을까 기대하고요."(박재현)
-전 너드 커넥션과 최근 대세 아이돌 그룹이 된 '뉴진스'와 공통점을 찾았어요. 사실 너드 커넥션의 영국 밴드 사운드와 뉴진스가 들려주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아이돌 음악(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초까지 S.E.S나 밀크(M.I.L.K)의 노래들)은 사실 제 세대(40대 초중반)에겐 익숙하거든요. 그런데 Z세대 같은 새로운 세대에겐 처음이잖아요. 그렇게 너드커넥션과 뉴진스가 한쪽엔 향수, 한쪽엔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며 세대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드의 부흥을 꿈 꾸고 있어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밴드 음악이 좋아 밴드를 시작했으니 이런 밴드의 시대가 다시 부흥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여전히 '이런 음악 해서 먹고 살 수 있냐'라는 얘기를 들어 걱정도 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밴드의 시대가 언제가 오지 않을까요?"(박재현)
"(새로운 세대에겐 새로운 사운드라는 것은) 실제 저희가 얼마 전 나눈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운드적인 지향점이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영국 밴드인데, 오래된 음악을 이제 와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요즘 세대가 못 들어본 음악 사운드, 그걸 하고 있는 거죠."(최승원)
"저희 정규 1집 테마(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명화를 트는 '명화극장')가 그런 이야기를 다룬 거예요. 실제 한물 갔다고 여겨지는 것엔 좋은 것이 많죠. 계속 복고 열풍이 불고, 옛날 것에 다시 관심을 갖는 흐름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죠. 취향을 떠나 그때의 음악이 굉장히 정교하고 세련됐어요. 언제, 어떻게 들어도 충분히 멋진 음악들이죠. 아쉽게도 국내에선 비주류이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는데, 우리로 인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밴드 음악 부흥에 하나의 불씨가 됐으면 해요.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클래식이 된 장르잖아요."(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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