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장제원이 공수신퇴를 실천했더라면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장박원 2022. 9. 17. 12: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16] 권성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공로자입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 아니라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아 동분서주했습니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실세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정권을 잡는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부정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권력을 키우려고 무리수를 둔 탓입니다. 결국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고 2선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뒤 "공을 이루었으면 몸은 물러가는 게 하늘의 이치"라는 의미의 '공수신퇴(功遂身退)'를 실천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고결한 선비로 이름을 알린 노중련은 '공수신퇴'가 무엇인지 보여준 인물입니다. 그는 치밀한 논리와 유려한 말로 위정자를 설득시키는 유세의 신동이었습니다. 열두 살 때 변론가로 명성이 높았던 전파를 굴복시킬 정도였습니다. 전파가 제나라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실속 없는 대책을 늘어놓자 소년 노중련은 이렇게 질타했습니다. "날아 오는 화살을 급히 멈출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안에는 완급과 경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위급한 시기에 한가한 이야기를 하면 되겠습니까? 이는 마치 고양이 머리를 가지고 올빼미 울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들이 싫어할 것입니다." 핵심을 찌른 말에 전단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노중련에 대해 사람들이 "천리를 달리는 망아지"라고 칭찬하자 전파는 한술 더 떠 이런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는 하늘을 나는 토끼다. 어찌 천리를 달리는 망아지 정도에 그치겠는가?"

노중련은 어른이 된 뒤에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군주와 권세가들을 상대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조나라 수도 한단에 있었을 때도 그는 결정적인 공을 세웠습니다. 위나라 사신의 잘못된 조언으로 조나라가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막았던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을 이렇습니다. 진나라의 공격이 거세지자 조나라는 위나라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위왕은 조나라를 지원할 뜻이 없었습니다. 조나라에 지원군을 보내면 강대국인 진나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텐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조나라가 망하면 다음 차례가 위나라일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때 유세가인 신원연이 위왕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진왕이 패업을 달성하려고 조나라를 침략하고 있는 것인 만큼 진왕을 황제로 칭해 높여주면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조나라에 굳이 지원군을 보내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위왕은 이 말에 깊이 공감하고 신원연을 조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합니다.

조나라 조정에서는 진왕을 황제로 칭하자는 위나라의 제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때 노중련은 조나라 왕족이자 권력자인 평원군을 통해 신원연을 만나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위나라가 조나라를 도와야지 진나라를 황제의 나라로 만들어서는 곤란합니다. 진나라는 예의가 없이 오직 전쟁으로 다른 국가들을 제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진왕이 황제로 불리게 되면 포악함이 더 극심해질 것입니다. 나는 차라리 동해 바다를 밟고 들어가 죽을지언정 차마 진왕의 백성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더 심한 말로 신원연을 자극했습니다. "위나라가 스스로 진나라의 노예가 되겠다면 나는 진왕에게 위왕을 삶아 젓갈을 담그라고 하겠소." 노중련의 거침없는 비판에 신원연은 발끈 화를 냈습니다. "어떻게 진왕이 우리 위왕을 삶아 젓갈을 담그게 할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자 노중련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 경고했습니다. "예날 구후와 악후, 문왕은 상나라 주왕을 섬기는 신하들이었습니다. 구후는 주왕에게 딸을 바쳤습니다. 주왕은 딸이 음란한 짓을 거부하자 딸을 죽이고 구후까지 죽여 젓갈을 담갔습니다. 악후는 이 일을 거론하며 주왕에게 간언을 올린 탓에 솥에 넣어 삶아져 젓갈이 됐습니다. 문왕은 이 소식을 듣고 몰래 탄식하다가 유리라는 곳에 감금됐습니다. 진왕을 황제로 부른다면 진왕은 틀림없이 위왕을 진나라로 부를 것입니다. 그리고 주왕이 악후와 구후를 죽인 것과 똑같은 짓을 진왕이 저지른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당신도 위나라에서 관직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노중련의 따끔한 말에 신원연은 즉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위나라로 돌아가 선생의 말씀을 전하고 다시는 진왕을 황제로 칭하자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후 위나라 명망가였던 신릉군은 위왕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나라를 지원합니다. 왕의 병부를 훔쳐 조나라 접경에 있는 위나라 군대를 접수한 뒤 진나라 진영을 급습했습니다. 조나라와 위나라가 합심해 공격하자 진나라는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조나라도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신릉군과 함께 노중련은 조나라를 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입니다. 조왕은 노중련에게 상으로 큰 고을을 봉토로 주고 천금을 하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중련은 극구 사양하며 이런 말을 남기고 표표히 조나라를 떠났습니다. "부귀를 얻으려고 남에게 굽신거리며 살기보다는 빈천하지만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공을 세우고서도 권력과 재물에 미련을 두지 않는 선비의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유세가 중에 공수신퇴를 실천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월 전쟁에서 구천을 도와 월나라의 승리를 이끈 범려를 꼽을 수 있지만 노중련처럼 순수하지는 않습니다. 구천은 의심이 많아 측근들을 토사구팽할 것으로 예상해 물러난 것입니다. 이와 달리 노중련은 오직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지혜와 고결함을 겸비한 선비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