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위협에 "모든 범주 군사 능력 총동원" 합의..확장억제협의체 5년만에 재가동
한국과 미국이 약 4년8개월만에 재가동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전술핵을 포함한 북한의 핵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은 또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한반도 외에 대만해협과 중국 등 역내 안보 사안도 논의됐다.
한·미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제3차 EDSCG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4시간 30분간 진행된 회의에는 한국측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측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석했다. 이번 EDSCG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정황 및 핵무력 법령 채택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실효성있는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마련할 지 관심을 모았다.
성명은 우선 북한의 핵 사용 관련 법령 채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두고는 “양국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긴밀히 조율 중이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해선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성명에 적시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 등이 미국의 공약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신범철 차관의 지난 15일 앤드루스 공군기지 B-52 전략폭격기 시찰에 대해선 “동맹의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북핵 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는 군사 대응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연내에 진행하고,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핵 및 비핵 위협 관련 정보공유, 훈련, 연습을 증진하는 데도 합의했다.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한·미 협력도 진전하기로 했다.
한·미는 앞으로 고위급 EDSCG를 정례화해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조차관은 이와 관련 회의 후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관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위력과 상관없이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EDSCG 회의에서 양측은 북핵 위협 대응만이 아니라 대만해협 긴장 등 중국과 관련된 역내 안보 사안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실제 성명은 EDSCG를 “한반도 상 동맹의 억제력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로 정의했다. 앞서 젠킨스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규칙 기반 질서가 도전받고 있는 이 때, 우리는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위험을 관리 또는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해 중국의 저항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해 중국 관련 논의를 비중있게 할 것을 예고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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