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승연애2' 출연자, 드라마 주인공 아냐..언젠가 행동 이해될 것" - 이진주 PD

강신우 기자 2022. 9.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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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2’ 희두-나연 커플 / 사진 = 티빙 제공
[서울경제]

늘 그렇듯 공부는 됐고, 첫사랑 이야기나 듣고 싶기 마련이다. 남의 연애사에는 졸리던 이도 정신이 맑아지는 법. 그중 헤어진 연인들의 서사는 몰입하기 딱 좋다. 이 점을 예리하게 포착해 화제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환승연애2> 이진주 PD는 "연애라는 소재를 가지고 출연자 심리를 관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기획 의도였는데 그런 반응을 볼 때 가장 보람 있더라"라며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환승연애2’ 이진주 PD
‘환승연애2’ 스틸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2>(연출 이진주)는 지난 7월 15일 첫 화를 공개한 이래 최종회를 향한 반환점을 최근 돌았다. 헤어진 연인들을 한 공간에 거주시켜 새로운 사랑의 탄생을 지켜 봄과 동시에 과거 연인의 질투심을 바닥끝까지 테스트해 보는 것이 프로그램 속성. 누가 누구의 'X'인가를 추리하는 재미와 더불어 극락의 몰입감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전편(환승연애1)의 화제성과 인기에 힘입어 매 회마다 '환승 앓이' 환자들을 대거 양산해왔다. 매주 2회차씩 플랫폼에 공개하다가도, 어쩌다 1회차만 풀어놓았을 때 시청자들 원성이 자자했을 정도. 14화 방영일이었던 16일에도 내부 사정으로 업데이트가 하루 늦어진다는 공지가 올라오자 실망감을 내비친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촬영할 때는 반신반의했어요. 시즌1을 많이 사랑해 주셨는데, 시즌2는 색깔이 달라져서 아쉬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편집을 하다 보니 시즌2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더라고요. 출연자 캐릭터도 훨씬 다양하고요. 누가 봐도 그분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니신 분들이어서. 시청자들이 시트콤 보는 느낌으로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도록 그런 분들을 모시고자 했습니다."

출연자 섭외 과정은 정말 많이 어려웠다. 어떤 출연자를 섭외해야 할지 제작진들 사이 격한 토론도 오갔다고. 시즌1 때도 2만 명 넘게 접촉했던 제작진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최고의 출연자를 모셨다는 생각이라는 이진주 PD. 한편으로는 공간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고. 시즌1 공간을 뛰어넘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괜찮은 곳을 발견하게 됐고 집 2채를 빌려 한 집은 시즌2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바로 이번 시즌 새롭게 도입된 'X룸'이다.

지난 12, 13화에서 공개된 'X룸'을 보면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헤어진 커플이 각자 보관하고 있던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마치 미술관처럼 전시해 꾸며둔 것. X룸을 방문한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보이고. 시청자들도 따라서 눈물 콧물을 쏟는다. 한편으론 어떻게 이 자료들을 다 모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헤어진 지 길게는 몇 년이 흘렀을 테지만 출연자들은 연인과 주고받았던 편지와 사진, 커플티 심지어 선물 받았던 수제 쿠키까지 고스란히 보관해왔다. 받아놓고 보니 너무 많아 한 공간 안에 3분의 1도 담지 못한 출연자도 있었다고.

"시즌1 때는 커플들의 물건을 시청자들에게만 공개했었어요. 출연자들은 방송 이후에 확인하게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예쁘게 사귀었었네' 하면서 감동을 받는 분들이 계셨고. 거기에 스토리의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시즌2 커플 섭외할 땐 자료들이 있는지 먼저 여쭤봤어요. 방송뿐만 아니라 촬영 도중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려야겠다 싶어서 X룸을 기획하게 됐죠."

출연자들의 연애사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돼 보여진다. 그들의 서사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는다. 한편 숙소에서 새로이 '썸'을 타기 시작한, 말 그대로 '환승 연애'를 시동 거는 출연자들도 점점 생겨나고. 이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 연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스릴러 같다. 반대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전 연인의 모습은 따뜻한 힐링물을 보는 듯하다. 한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환승연애>만의 특징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해은-규민' 커플과 '나연-희두' 커플이 특히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솔직하고 다양한 감정들, 고민들을 나눠주는 출연자가 고마운 법인데 그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남은 회차에서 계속 보여줄 예정이라고.

"나연 씨가 촬영 때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고민들과 다양한 감정들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했죠. 해은 씨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프로그램은 대화가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커플들이 나누는 대화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되는 지점이 있어요. 서로 탁구 치듯 핑퐁 하는 대화도 재미있고요."

17일 방송된 14화에서는 새 여성 출연자도 등장했다.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향하는 이때 앞으로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다양하게 쌓여져왔다면 앞으로는 이들이 어떻게 상황을 이어가는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캐릭터들이 활약하게 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내용이 많습니다."

'환승연애2' 패널들

한편 높아진 인기만큼 출연자에 대한 비난과 논란도 뒤따랐다. 시청자가 늘었으니 논란도 비례해서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까. 리얼리티 대유행 시대, 저마다 차별화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비하게 제작돼 왔다. 다른 프로그램들 역시 출연자 논란은 항상 있어왔던 터였다. <환승연애2>에서는 전편에 비해 유독 출연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엄격한 느낌이다. 심지어 숙소 위생 문제까지 초반부터 제기됐다.

"출연자분들이 항상 청소를 안 하셨던 것은 아니었고, 하루이틀 사이 있었던 일인데 그게 확대된 측면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쾌감을 느꼈다면 죄송합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퇴소한 출연자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의문과 추측만 무성했다. 그 이유를 끝까지 감추는 게 연출자로서 출연자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PD는 밝혔다. "정말 생화에 물을 안 줘서 퇴소한 건 아니고, 같이 하기 어렵겠다는 결정을 저희로서도 내린 것이었죠. 추측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사실로 확정 지어드리는 건 파급력이 다른 것 같아요. 낙인이 될 수도 있잖아요."

또 다른 출연자를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이에대해 이 PD는 "5일 차에 있었던 행동에 대해 15일 차의 영상을 가져다가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출연자분들은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니잖아요. 드라마는 좋은 사람은 끝까지 좋은 사람인데. 출연자들은 오늘 좋은 사람이었다가도 내일은 순간 감정이 올라와 실수를 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일면만 보고 비난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회차가 쌓이다 보면 그 사람도 결국 한 사람인데 말이죠. 해은 씨와 규민 씨의 이야기도 두 분 얘기를 충분히 다 들어보면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날이 곧 있을 거예요."

출연자들이 스스로 사생활을 드러내고 방송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긴 해도 논란의 최종 책임은 제작진에 있다. 편집과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출연자가 욕을 먹거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카메라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시청자도 같이 머물게 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진주 PD는 회차 별로 러닝타임이 널뛰기 되는 것을 감안해서라도 전 출연자의 서사를 골고루 보여주려 노력해왔다.

"모두 다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자들 감정을 다 보여주려고 해요. 사실 어떤 부분이 지루하다고 삭제해버리면 이어지는 장면들도 다 삭제해야 하거든요. 중간 과정을 삭제해버리면 상대방 감정은 널뛰기 될 수도 있고요. 중도하차 같은 얘기치 못한 상황들도 사실 해결하기 어렵긴 했지만, 없었던 일이 될 순 없었죠. 흡연 장면도 중요한 이야기들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고요. 덜어내려고 하지 않고, 충분히 담다 보니 러닝타임이 계속 길어지네요. 저희들이 촘촘하게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담아놓기 때문에, 다 보시면 그 이유를 깨닫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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