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km? 162km? 164km?..김서현은 한화의 선택을 증명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최근 열린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쥔 한화 이글스는 ‘고민 없이’ 앞서 준비해온 이름을 불렀다.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김서현(18). 이날 마이크를 잡은 한화 정민철 단장은 “야구를 잘해서 뽑았다. 김서현이 야구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택 이유를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고교야구 넘버원 에이스로 성장해 전면 드래프트의 1순위 영광을 안은 김서현이 국제무대에서도 그 진가를 가감 없이 뽐내고 있다. 김서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대만과 2차전에서 6회말 구원등판해 3이닝을 책임지면서 3-2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대만은 계속해 0-0 승부를 이어갔다. 양쪽 선발투수로 나온 황준서와 황 파오로가 각각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됐다.
그런데 경기 막판 들어 변수가 발생했다. 6회 한국의 공격 도중 심판진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비 예보로 선수들은 2시간가량을 버스에서 대기한 뒤 어렵게 경기를 재개했다.
한국과 대만 모두 투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 먼저 대만이 린 포춘으로 마운드를 바꿨고, 한국 역시 황준서를 내리고 김서현을 투입했다.
이어 6회와 7회 모두 양쪽의 무득점으로 끝나면서 경기는 8회 연장 승부치기로 향했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한국이었다. 무사 1·2루에서 시작된 공격에서 박한결의 희생번트로 찬스를 1사 2·3루로 연결한 뒤 김재상이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기록해 선취점을 뽑았다. 그리고 이때 상대 3루수의 악송구로 다시 1사 2·3루가 됐고, 정대선의 2루수 땅볼과 문현빈의 우전 적시타로 1점씩을 보태 3-0으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한국도 위기를 맞았다. 김서현이 선두타자 치우 신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로 몰렸다. 이후 아웃카운트 2개가 늘어난 2사 만루에서 황 치에시에게 2타점 우전안타를 내줬지만, 수비진이 오버런하던 치에시를 누상에서 잡아내면서 3-2 승리를 지켜냈다.
결승행의 열쇠를 쥔 이날 대만전 승리의 주역은 단연 좌우 에이스들이었다. 투수진 중 유일하게 2학년인 황준서는 5이닝 동안 70구를 던지면서 2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 역투하면서 수훈을 올렸다.
김서현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우천 중단으로 만들어진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마운드를 지키며 이번 대회 2승째를 수확했다.
보는 이들을 다시금 놀라게 하는 장면도 나왔다. 바로 구속이다. 전날 한일전에서 현지 중계화면으로 101마일(약 162㎞)의 최고시속을 찍으면서 주목을 받았던 김서현은 이날 경기에선 이보다 빠른 102마일을 기록했다.
한일전에서 나온 강속구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날 0-8 완패를 당한 일본 언론은 “한국의 고교생이 101마일짜리 직구를 던졌다. 믿기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고,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공식 트위터로 김서현의 투구 영상 하이라이트를 게시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실 이날 강속구의 진짜 시속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평소 김서현이 최고구속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김서현의 올 시즌 직구 최고시속은 155㎞).
실제로 대표팀이 현지에서 파악하고 있는 시속은 중계화면으로 표출된 구속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표팀과 동행하고 있는 김동규와 남윤성 전력분석원은 “어제와 오늘 경기에서 나온 김서현의 최고구속은 모두 97마일(156㎞)이었다”고 귀띔했다.
스피드건의 차이로 김서현의 구속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하나 있다. 구위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묵직한 공을 던지는 김서현은 팔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면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90마일 중후반대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커브, 슬라이더를 앞세워 에이스로서의 자격을 뽐내는 중이다.
한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도 증명하고 있다. 덕수고 3학년 우완투수 심준석이 해외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자연스레 1순위 후보가 된 김서현을 놓고 한화는 일찍부터 포커스를 맞췄다. 김서현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며 한 달 넘게 검증의 시간을 보냈고,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김서현을 호명했다. 그리고 김서현은 이번 대회에서 연일 호투하며 전면 드래프트 수석다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한편 슈퍼라운드 2연승으로 대만과 공동 1위(3승1패)가 된 한국은 18일 오전 1시30분 멕시코와 슈퍼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결승행이 걸린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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