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하고싶으면 소유권 내놔라.."이제 누가 아파트 삽니까"[신짜오 베트남]
대한민국은 개인의 재산권 보호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위한 각각의 절차를 밟을 때마다 흠결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둡니다. 때로는 이런것들이 사업이 속도를 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곤 하죠. 집 한 채가 재산 거의 전부인 사람들을 놓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외피를 쓰고 있으면서 실상 국민들은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베트남은 재건축 제도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요. 여기서도 매년 막대한 수의 아파트를 새로 올리고 있고, 언젠가는 이 건물도 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텐데 미래 베트남 재건축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와 관련 최근 베트남 정부가 내민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건설부는 기존 베트남 아파트 소유기간을 90년에서 50~70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쉽게 말해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을 할 때 기존 입주민들의 소유권을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재건축이 완료되고 새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만 받게 됩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낡은 집을 내놓고 일반분양가 대비 저렴하게 책정된 조합원 분양가를 지불하고 새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현재 베트남 건축물 표준 설계수명은 등급에 따라 ▲1등급 100년 이상 ▲2등급 50~100년 ▲3등급 20~50년 ▲4등급 20년 이하로 규정돼 있습니다. 현행법상 아파트 소유기한은 최장 80~90년까지 올라가 있는데, 문제는 아파트 내구연한은 그 전에 돌아오는데 여러 문제가 겹쳐 재건축을 할 수 없는 아파트가 절대다수라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이중 삼중으로 개인의 재산권 보호 울타리를 친 나라에서조차 아파트 재건축 한 번 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직 이 길을 걸어보지 않은 베트남에서는 그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베트남은 그래서 아예 아파트 소유기한을 줄이는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 정부가 합법적으로 아파트 입주민의 소유권을 넘겨 받고 공공 주도로 재건축을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건설부 측에서는 "아파트 수명이 한계까지 오면 건물 노후와와 안전 문제에 노출된다. 소유기간 단축은 노후아파트의 재건축을 촉진해 결국 주택공급을 늘려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큽니다. 레호앙쩌우(Le Hoang Chau) 호치민시부동산협회 회장은 "아파트가 노후화돼 재건축 추진 결정을 하더라도 기존 소유자는 법에 근거해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소유권이 국가에 넘어간다면 누가 마음놓고 아파트를 살 수 있겠느냐. 주택 구매 수요가 단독주택이나 빌라로만 몰려 풍선효과만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민의 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로 모아집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법률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베트남 건설부에서 의견을 내놨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재산권이 제한되는게 아니라는 논지입니다. 또 베트남 민법은 재산이 파괴되면 소유권이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을 다각도로 살펴보더라도 정부가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 때 재산권을 넘겨받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분명한 원칙은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이를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만약 2024년 1월 7일 법률이 통과되면 2024년 1월 7일 이전에 지어진 주택 구매자는 사실상 소유권을 무기한 보유할 수 있는 이전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심은 크게 두가지로 모아집니다. 법률 시행 이전과 이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다른데 이 문제를 어떻게 정부가 풀어갈 수 있을지 문제입니다.
그리고 입주민이 소유권을 넘겨받고 새 집을 다시 받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집을 짓는 동안 이주비는 지원되는지, 새 집에 들어갈때 돈은 얼마나 더 내야하는지, 기존 집에 대한 감정평가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우려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베트남 국민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열의는 한국의 그것 못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의해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뺏기는 일이 생길 경우에는 아마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공산이 큽니다. 이걸 잘 아는 베트남 정부는 최대한 순탄한 길을 찾으려고 할 것이고, 결국 아마 한국 개념의 재건축과 비슷한 경로를 밟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도시화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일자리를 찾아 하노이와 호치민처럼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베트남에서 아파트는 폭증하는 주거수요를 충족하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고, 베트남도 한국처럼 입지가 좋은 고급아파트는 상당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신축 아파트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습니다. VN익스프레스 등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시내의 신축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당 5000만동(약 296만원) 에서 최근 6000만~6500만동(355만~384만원)까지 점프했습니다. 방 2개짜리 신축아파트를 30억동(1억7700만원) 이하를 주고는 사기 힘든 실정이라는 분석입니다.
한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이제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줄었는데, 분양가는 내리기 힘든 구조가 되면서 분양시장 미스매치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베트남을 놓고 한국의 과거를 따라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공산이 큽니다. 더 나은 집을 갖고 싶고, 더 비싼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인간의 당연한 욕망은 세계 어디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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