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압도적·결정적' 대응"..5년 만에 열린 한미 확장억제 회의

정상원 2022. 9.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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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국방차관, EDSCG 회의 재가동
"북한 핵실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 강조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사진=워싱턴 공동취재단 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4년 8개월 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재가동해 장거리 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 원칙에 합의했다. 양국은 또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 대응’ 기조도 확인했다.

한국 측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 측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ㆍ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3차 한미 고위급 EDSCG를 개최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8년 1월 열렸던 2차 EDSCG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4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진행한 뒤 양측은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성명에는 “한미는 북한의 새로운 핵 정책 법령 채택을 포함해 북한이 핵 사용과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정을 저해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며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부산=연합뉴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 성명에는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표현됐다.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 역내 전개 등을 미국의 공약 실현으로 명기하기도 했다.

또 신범철 차관의 앤드루스 공군기지 B-52 전략폭격기 시찰을 ‘동맹의 억제력 실질적 강화 기여’라고 평가했다. 신 차관 등은 15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B-52를 직접 확인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는 군사 대응 도상훈련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연내 진행, 우주ㆍ사이버 영역 협력 강화 방향도 확인했다. 또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공개한 대북 제안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구상의 목표(북한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준비 중인 7차 핵실험을 두고 한미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이 강력하고 단호한 범정부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 관련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차관은 EDSCG 회의 후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공조 메커니즘으로 EDSCG를 정례화 해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ㆍ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버금가는 전력으로 공격할 때 우리가 확실히 억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효과”라고 밝혔다.

미중관계.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이번 EDSCG가 북핵 위협 억제를 넘어서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중국 견제 협의 틀로 작용할 가능성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양국은 성명에서 “EDSCG는 한반도 상 동맹의 억제력과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ㆍ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는 물론 중국 문제도 다룰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젠킨스 국무부 차관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도전 받고 있는 이 때, 우리는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고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해 중국의 저항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을 미국 편에 서도록 하겠다는 의미였다.

한미 EDSCG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2월 1차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2018년 2차 회의 후 남북ㆍ북미관계가 화해 무드로 바뀌면서 회의는 계속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측 요청으로 EDSCG 재가동이 합의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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