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창업해 28조원에 회사 판 청년..뭐 하는 회사기에
브라우저 기반 그래픽 편집 플랫폼
피그마 창업 10년만에 어도비에 매각
'억만장자' 된 공동창업자 딜런 필드 화제
피그마(Figma)라는 미국 소프트웨어 벤처가 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의 경쟁사다. 어도비는 직원 800명의 이 회사를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인수가 벤처에 기반한 스타트업으로는 역대 가장 큰 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 윈터'에 봄기운 같은 소식이었다.
어도비는 연매출 5600억원의 작은 회사를 28조원에 인수했다. 그 큰 돈을 지불할 만큼 어도비에게 위협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인수소식이 알려진 15일(현지시간) 어도비 주가가 17%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어도비 연매출 3%를 늘리기 위해 시총의 12%를 지불한 셈이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베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피그마는 당시 열아홉살이던 딜런 필드가 10년 전 대학 친구와 공동창업해 키운 회사다. 이번 매각으로 필드는 불과 서른 살의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 아빠가 된 그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최근 시장이 얼어붙자 매각으로 선회했다. 정확한 보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드는 벤처캐피털 등 투자회사와 함께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드는 4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방 1개짜리 아파트에 살았다. 출근길에는 1달러짜리 커피를 마셨고, 벤처캐피털 행사에서도 종종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고 한다. 3살 때 컴퓨터에 흥미를 느낀 '될성 부른 떡잎'이었고, 어린 시절 부모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한때 로봇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브라운대학을 중퇴할 때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
피그마를 창업한 것은 2012년, 이미 한 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후였다. 딜런은 대학 친구인 에반 월러스와 4년간 고군분투하며 첫 제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수 있는 그래픽 편집 플랫폼이다. 어도비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이 SW 덕분에 피그마의 회사 가치는 코로나 19 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데스크톱이나 앱에서만 작동하는 경쟁 제품과 달리 브라우저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작동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싸고 사용하기도 더 쉬웠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1억1500만달러 수준이었던 피그마 가치는 지난해 1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2년 연매출은 매년 배로 뛰었고, 올해는 약 4억달러(56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스타트업과 VC 업계에서도 이번 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도비가 '남는 장사'를 한 것인지는 몇 년 후에나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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