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중단된 '北핵 대응' 韓·美 협의체 5년만에 재가동

한미 양국 "북핵 억제력 강화에 모든 국력 동원 공조하자"..北위협 계속하면 '핵우산' 등 美본토 수준 군사력 동원 약속도

[워싱턴=뉴시스]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양국 대표단이 16일(현지시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축차관, 신범철 한국 국방차관, 조현동 한국 외교1차관,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사진=외교부·국방부 제공) 2022.09.16.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포함한 역내 긴종 고조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핵·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등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동원해 공조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과 미국 국방 외교당국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차관,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석했다.

EDSCG는 한반도에서 동맹 억제력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전략적 사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다.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차관이 참석하는 '2+2 회의'로도 불린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EDSCG 재가동에 합의한 데 따라 약 4년 8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0월 한미간 합의에 따라 출범한 EDSCG는 같은 해 12월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1월 2차 회의가 열린 이후 그 가동이 중단됐다. 북한이 EDSCG 출범과 운영에 대해 강력 반발해 온 데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뒤 남북한 간에 대화 무드가 조성됐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 미측 확정억제 담당 인사들과 B-52 전략폭격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 비핀 나랑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하대봉 방위정책관, 신범철 국방부차관, 싯다르트 모한다스 동아시아 부차관보, 리처드 존슨 핵.WMD 대응 부차관보. (국방부 제공) 2022.9.16/뉴스1

이번 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강화 △북한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억제력 강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정보·군사·경제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사용 등 의지를 강조했다.

양국은 또 북한의 새로운 핵 정책 법령 채택을 비롯해 북한이 핵 사용과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정을 저해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도 했다.

특히 미국은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확장 억제는 동맹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등으로 미 본토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한·미는 또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미국의 핵·미사일 방어 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이 열린 11일 제주 서귀포시 해상에서 미 핵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기동 하고 있다.2018.10.11/뉴스1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 강화도 약속했다.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은 도상연습(TTX)을 더욱 잘 활용하는 것을 포함해 정보공유, 훈련, 연습의 증진을 통해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가 강화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또 동맹의 미사일 대응 역량과 태세는 물론 확대된 다영역 연습 참여 등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협력 강화와 관련 공조를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가진 목표에 대해 강력한 지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조율된 노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북한의 제재 회피 및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강력하고 단호한 범정부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양국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긴밀히 조율 중이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미는 고위급 EDSCG를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차기 고위급 EDSCG 준비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에 실무급 EDSCG 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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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