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불쾌한 골짜기' 넘나?
무해한 얼굴로 인류를 침략하는 한편,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 따뜻한 우정을 선사하는 장면까지. 로봇은 오래전부터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활용돼 왔다.
그런 로봇은 이제 영화 소재를 넘어 현실에서도 구현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미 산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이 그렇다. 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 역시 발전을 거듭한 끝에 다소 섬뜩한 얼굴에서 인간에 가까운 친근한 모습까지 구현됐다.
인간형 로봇은 안드로이드와 휴머노이드로 나뉜다. 안드로이드는 주로 SF에 등장하는 인간과 외모로 구별이 안 되는 인조인간 로봇을 뜻한다.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똑같지는 않지만 닮은 로봇으로 현재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은 휴머노이드로 불린다.
데일리메일은 아메카, 소피아, 페디아 로이드, 에리카 등 현실에 구현된 인간형 로봇을 모아 소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휴머노이드 ‘아메카’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서 처음 공개된 휴머노이드 ‘아메카’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 로봇으로 유명하다. 초기에는 회색 피부의 아메카의 표정이 다소 섬뜩하게 느껴진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 우호적인 반응이 늘어났다.
개발사 엔지니어드 아츠는 지난 9일(현지시간) 아메카가 인간 연구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속 아메카는 연구원의 질문에 경청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린 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묻는 질문에 아메카는 “장애인을 돕고, 위험한 환경에서 지원하며, 연구 수행과 동반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리라 보느냐’는 질문에는 “걱정할 필요 없다. 로봇은 절대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며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메카의 AI 대화 언어 모델은 현재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GPT-3가 적용돼있다. 엔지니어드 아츠 측은 “영상에는 어떠한 대본도 없었다. 순수한 인공지능(AI) 기술이다”라며 “움직임이 멈추는 이유는 음성 입력을 처리하고 답을 생성해 텍스트를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는 데 걸리는 지연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시민권 로봇 ‘소피아’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고, 장난스럽게 웃는 로봇 ‘소피아’는 사상 최초의 로봇 시민권자다. 홍콩 AI 로봇 기업 핸슨로보틱스가 2016년 공개한 이 로봇은 공개 이듬해 10월,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 시민권을 얻었다.
배우 오드리 헵번과 핸슨 아내의 얼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피아는 인간의 표정을 감지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소피아는 지난해 NFT(대체불가능토큰) 디지털 작품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소피아가 그린 작품 ‘소피아 인스턴스화(Sophia Instantiation)’는 이탈리아 화가인 안드레아 보나세토의 초상화를 디지털 그림으로 전환한 것과 그 과정을 담은 12초짜리 MP4 파일이다.
2016년 한 행사에서 소피아는 “인간을 파괴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좋아, 나는 인간을 파괴할거야”라고 대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치과를 무서워하는 어린이 로봇 ‘페디아 로이드’
지난 5월, 일본의 과학자들은 일본 쇼와대학교 치과대학과 현지 로봇 공학 회사 템작(TMSUK)은 어린이 로봇 ‘페디아 로이드(Pedia_Roid)‘를 공개했다.
키 155cm, 5~6세 어린이 크기의 이 로봇은 입을 벌리고 재채기, 기침하거나 심지어 헛구역질까지 재현한다.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발버둥 칠 수도 있으며, 눈을 뒤집고 얼굴색이 파랗게 질려버리기도 한다. 24개의 자유도를 가졌으며 맥박이 뛰기도 하고 손등의 가짜 혈관에서 채혈도 가능하다.
섬뜩하게 보이지만, 이 로봇은 치대생들이 소아 환자 임상 시 대처법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응급 상황이나 실패 사례를 로봇을 통해 사전 경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실제 임상에서 대처 경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얼굴 없는 1억짜리 中 로봇 ‘사이버 원’
‘사이버 원’은 지난달 샤오미가 공개한 첫번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가격은 60만~70만(약 1억 2000만~1억 4000만원) 위안, 키는 177cm, 무게 52kg이다.
사이버 원은 3D 공간을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개인, 몸짓, 표정을 인식할 수 있는 AI 상호작용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식할 수 있는 표정은 45가지다. 테슬라가 지난해 AI 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닮았다. 사이버 원은 9월 말 공개 예정인 테슬라의 첫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보다 몇 주 앞서 공개돼 비교의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얼굴만 있는 어린이 로봇 ‘니콜라’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지난 2월 행복, 놀라움, 혐오 등 6가지 감정을 표정으로 표출할 수 있는 소년 로봇 ‘니콜라(Nikola)’를 공개했다. 아직 얼굴만 개발된 상태지만 니콜라는 매끄럽고 조용하게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얼굴에 있는 인공근육은 29개의 공압식 액추에이터 29개에 의해 움직이며, 머리와 안구는 추가로 삽입된 6개 액추에이터가 섬세하게 표정을 조절한다.
◇영화 촬영에 들어간 휴머노이드 배우 ‘에리카’
지난 2020년, 7000만 달러(약 970억)를 쏟아붓는 공상과학 영화에 로봇이 주연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23세 동양 여성으로 설정된 휴머노이드 로봇 ‘에리카’다. 영화 ‘b’(가제)는 인간의 DNA를 연구하던 한 과학자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지자, 탈출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돕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리카는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분량은 내년부터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고 눈을 깜빡일 수 있으며 적외선 센서로 사람을 인식할 수 있다.
◇진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 본 딴 ‘로보-C’
CES 2020에서 러시아 스타트업 프로모봇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얼굴을 가진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 ‘로보-C’를 공개했다. 슈왈제네거의 얼굴뿐만 아니라 구매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른 얼굴을 주문할 수 있다. 프로모봇 측은 인도의 한 고객이 사망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남편의 얼굴로 ‘로보-C’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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