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프레지던츠컵 역대 최다 한국인 출전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2022. 9.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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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임성재·김주형·이경훈·김시우, 인터내셔널팀 멤버 합류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최경주 부단장. [프레지던츠컵 트위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22년만 같아라."

한국 남자 골프 4총사는 아마 지난 추석 명절에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 보름달 같은 풍성한 수확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임성재(24), 김주형(20), 이경훈(31), 김시우(27)다.

이들 4명은 9월 22일(현지 시간) 나흘 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홀로클럽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멤버로 나선다. 이 대회는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연합팀이 2년마다 맞붙는 골프 대항전이다. 뛰어난 성적 없이는 뽑힐 수 없기에 참가만으로도 영광이다. 임성재와 김주형은 프레지던츠컵 포인트 랭킹을 기준으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경훈과 김시우는 단장 추천 선수로 합류했다. 선수 4명은 모두 CJ그룹 후원을 받고 있다.

한국 남자 골프 희망가 부르는 '판타스틱 4'

임성재. [프레지던츠컵 트위터]
임성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간판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 역대 최고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1타가 뒤졌다.

페덱스컵 랭킹도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역대 가장 높은 2위로 마쳤다. 이번 시즌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을 포함해 9차례 톱10에 진입한 임성재는 시즌 상금 575만 달러(약 80억 원)로 상금 랭킹 13위에 올랐다. 임성재의 프레지던츠컵 출전은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3년 전 대회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김주형. [프레지던츠컵 트위터]
스무 살 김주형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8월 PGA투어 시즌 마지막 정규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투어에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챔피언이 됐다. 중국, 호주, 필리핀 등을 옮겨 다녀 '필드 유목민'으로 불린 김주형은 당당히 PGA투어 회원이 된 데 이어 '별들의 전쟁' 프레지던츠컵까지 출전하게 됐다.
이경훈. [뉴시스]
이 4명 가운데 맏형격인 이경훈은 '처음'이라는 단어와 인연이 많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했는데,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건 처음이다. 8월 투어챔피언십에 첫 출전했던 이경훈은 프레지던츠컵 데뷔를 앞두고 "다들 뭐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선수들이라서 같이 나가면 얘기도 통하고 시너지 효과도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우. [사진 제공 · 신한금융그룹]
김시우는 이번 시즌 PGA투어에서 11차례 톱25에 진입하며 꾸준한 페이스를 보였다. 2017년 프레지던츠컵에 한 차례 출전한 바 있다. 그를 추천 선수로 지목한 트레버 이멀먼 인터내셔널팀 단장(43·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김시우는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선수다. 과거 대회를 경험하기도 했고 선수들과 관계도 좋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김시우는 "(2017년 대회 때는) 한국 선수가 나 혼자여서 조금 외로웠는데 지금은 같은 언어로 말하는 선수들이 있어 힘이 된다. 인터내셔널팀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참가만으로도 영광인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각 팀에서 12명씩 24명이 출전해 나흘 동안 포섬과 포볼, 싱글 매치플레이 등 30경기를 치른다. 이기면 1점, 비기면 0.5점 승점을 차지하는데 이를 합산해 15.5점을 먼저 따내는 팀이 우승한다. 역대 13차례 대결에서 미국이 11승 1무 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대회에도 타이거 우즈가 단장을 맡은 미국이 16-14로 이겨 8연승을 질주했다.

프레지던츠컵은 참가 선수 부인들의 열띤 응원도 관심을 모은다. 이경훈은 2018년 유주연 씨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나란히 12월 결혼 예정. 임성재는 미국 뉴욕대 음대를 졸업한 예비신부와 화촉을 밝힌다. 김시우는 여자 골프 스타 오지현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약혼자 자격으로 대회 현장을 찾을지도 흥미롭다.

한국 선수 4명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1994년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종전 기록은 2011년 호주 로열멜버른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등 3명.

12명의 인터내셔널팀에는 한국 4명과 호주, 캐나다 각 2명에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칠레가 1명씩 선발됐다.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52)까지 부단장으로 참가한다.

그동안 한국 골프는 '여고 남저' 현상이 뚜렸했다. 박세리를 필두로 박인비, 고진영 등 한국 여자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반면, 상대적으로 남자 선수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국내 역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는 연간 30개 대회 이상을 개최하며 총상금 규모가 3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는 침체를 거듭해 남자 골프 선수들은 생계를 걱정할 처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남자 골프에도 햇살이 비치고 있다. 프레지던츠컵에 한국 선수 4명이 출전하게 된 것은 한국 골프의 달라진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코리안투어의 정상화가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구자철 KPGA 회장은 '선양후질'을 언급했다. 구 회장은 "먼저 코리안투어 대회 수를 늘려 많은 우승자가 나오면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이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다. 그 빛에 가려 있던 루키들이 다시 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2022시즌 코리안투어는 22개 대회에 207억 원 규모로 치르고 있다. 대회 수와 총상금에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다 대회 수 기록은 2008년 20개였으며 기존 최다 총상금은 지난해 156억 원(17개)이다. 신구 선수들의 경합이 뜨거워지고 새로운 우승자들이 쏟아지면서 코리안투어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구자철 회장 취임 직전인 2019년 코리안투어는 15개 대회에 138억 원 규모였다.

김주형은 지난해 코리안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구 회장은 "김주형 선수의 경우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자격으로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해 3위 성적을 거뒀다. 이후 좋은 흐름을 타 PGA투어에서 우승까지 쌓았다"고 말했다.

이경훈, 김시우, 임성재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 됐다.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려고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 과정을 거쳤다. 구민석 대한골프협회 차장은 "임성재는 대표팀 시절 호주 등 장기 해외 전지훈련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대표선수가 되면 오픈대회나 국제대회에 자주 나갈 수 있어 실전 능력이 향상되고 더 큰 세상을 향한 동기 부여도 된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투어 정상화가 기폭제

이경훈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골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에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김시우, 임성재, 김주형은 내년으로 1년 연기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의 프레지던츠컵 대거 출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영향도 작용했다. LIV 합류를 선언한 선수들이 프레지던츠컵 출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기회를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선수의 미국 PGA투어 진출을 돕는 심원석 JR 사우스베이 골프 대표는 "세계 정상급 골프선수층은 두텁다. 다른 선수도 많지만 한국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을 줬다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구자철 회장은 "PGA투어,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등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코리안투어가 어느새 한국 선수들에게 등용문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코리안투어도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발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5년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세계 최고 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흥행 열기가 뜨거웠다. 대회 누적 관중은 국내 골프 사상 최다인 10만 명을 돌파했다. 대회 공식 머천다이징(기념품) 라이선싱을 갖고 있던 예스런던은 모자, 의류, 볼 등 매출액이 16억 원을 넘겼다. 이에 코리안투어가 재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최 효과는 크지 않아 '일회성' 쇼라는 지적도 나왔다. 모처럼 찾아온 한국 남자 골프의 희망가가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일단 물은 들어온 것 같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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