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구종이 3개나 있다" LG 마운드의 미래, 무엇이 타자를 홀리게 하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두 SSG를 치열하게 추격하고 있는 LG의 대표적인 약점은 토종 선발진이다. 최강 외국인 원투펀치(케이시 켈리‧아담 플럿코)를 보유하고 있지만, 뒤를 받치는 국내 선수들의 공헌도가 조금은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LG 마운드에 기대주가 등장했으니 바로 좌완 김윤식(22)이다. 진흥고를 졸업하고 2020년 LG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김윤식은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 코스를 밟고 있다. 데뷔 시즌인 2020년 23경기에 나가 1군의 맛을 봤고, 지난해에는 35경기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올해는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생애 첫 100이닝 소화(17일 현재 97이닝)를 앞두고 있다.
올 시즌 20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김윤식은 후반기 들어 맹활약으로 LG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후반기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40, 9월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0.53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시즌 중 그렇게 급격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관계자들이 ‘체인지업’을 뽑는다.
김윤식은 체인지업에 대해 아직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제구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 체인지업의 추가가 김윤식의 투구를 확 달라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배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위원 및 야구 아카데미 LBS 대표는 “체인지업이 다른 구종까지 살게 하고 있다. 서클체인지업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패스트볼의 연계성이다. 패스트볼과 같은 폼에서 나오지만 구속 및 낙폭의 차이를 이용해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구종이다. 즉, 패스트볼과 회전축이 비슷할수록 타자들이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김윤식의 체인지업은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15일 잠실 kt전에 선발 등판한 김윤식은 전체 투구의 50%를 패스트볼로 던졌다. 여기에 슬라이더 22.3%와 체인지업 21.3%, 그리고 커브 6.4%의 비율을 선보였다.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아진 게 눈에 들어온다. 2020년 체인지업 구사율이 8.7%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 17.4%에 이어 올해는 21.2%까지 올라왔다.
15일의 경우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43.2㎞, 체인지업은 121.6㎞였다. 속도 차이가 꽤 났다. 그런데 회전축이 놀랍게도 거의 비슷하다. 아무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콤보라고 해도 회전축이 어느 정도는 차이를 보이기 마련인데, 김윤식의 이날 패스트볼 회전축은 139, 체인지업은 135로 차이가 극히 적었다. 이는 시즌 평균(패스트볼 142‧체인지업 129)보다 더 차이를 줄인 것이다. 게다가 15일에는 시즌 평균보다 더 낙폭이 컸다. kt 타자들이 고전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김 위원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회저축이 비슷하니 구분하기도, 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체인지업의 릴리스포인트가 패스트볼보다 10㎝ 정도 앞에 나온다. 체인지업은 타점이 뒤로 갈수록 공이 뜨기 마련이다. 앞으로 공을 끌고 나올수록 패스트볼 궤적과 똑같이 되는데 이런 점이 잘 됐다”면서 “슬라이더도 패스트볼처럼 들어오면서 회전이 안 꺾이고 대신 홈플레이트 앞에서 짧게 꺾이면서 끝까지 들어온다.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까지 3개는 A급 구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김 위원은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도 좋다. 안정적이고 리듬도 좋다. 급한 것도 없고, 하체가 전반적으로 잘 잡아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커브에 대해서는 “아직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승부구로 쓰려면 회전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의 성장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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