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행 '원더티켓' DMZ 적신 뮤지컬
◀ 김필국 앵커 ▶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들에겐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죠?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지난 추석 연휴에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을 담은 대형 뮤지컬이 공연됐는데요.
유명 배우들과 많은 관객이 어우러진 그 현장으로 이상현 기자가 안내해드립니다.
◀ 리포트 ▶
북녘의 고향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어 명절때마다 실향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임진각.
제를 올리는 망배단과 함께 한국전쟁때 피폭돼 비무장지대, DMZ에 방치돼있던 옛 증기기관차도 전시돼 있는 곳인데요.
지난 추석 연휴, 이 임진각 한켠에 그 증기기관차를 재현해놓은 모형과 함께 커다란 야외무대가 들어섰습니다.
분단의 아픔,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했다는 판타지 쇼뮤지컬 원더티켓.
[최광일/'원더티켓' 총감독] "한반도에 사는 지금 우리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들이 사실은 가장 바라는 것이 평화이고, 그 궁극점에는 통일이 있을 겁니다. 그 평화와 통일까지 안내하는 그런 티켓이 바로 원더티켓인거죠."
공연을 앞두고 한낮에 진행된 리허설때부터 삼삼오오 시민들이 몰리기 시작했고요.
[윤보미/가수 겸 배우(해나 역)] "오히려 연습할때가 전 더 떨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떨림보다는 기대가 좀더 큰 것 같습니다. 근데 막상 또 시작하면 많이 떨고 있지 않을까."
남북접경지역에 대한 정보제공과 관광홍보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행사장에선 버스킹과 놀이를 즐기며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제상원/한국관광공사 한반도관광센터장] "추석, 또 고향이 생각나는 계절이고 특히 여기 임진각이 북에 고향을 두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의미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고, 추석 보름달이 떠오르던 시각.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의 널찍한 잔디밭은 금세 돗자리를 깐 시민들의 관람석으로 변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잠시후 이곳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뮤지컬 공연이 시작됩니다. 분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함께 감상해보시죠."
신비스럽고 장엄한 DMZ의 풍경, 그리고 DMZ전망대에서 녹슨 기차와 끊긴 기찻길을 바라보던 실향민 노신사와 손녀 해나의 대화로 공연은 시작됩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기관사였던거에요?" "그랬지, 이제 저긴 바람이나 갈 수 있는게지."
손녀의 간절한 소망을 듣고 깨어난 단군신화속 바람의신 풍백.
동생들인 우사 운사와 함께 등장하더니 녹슨 기차를 어디든 갈수 있는 바람의 열차로 변신시켰고, 꿈이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원더티켓을 받아든 할아버지와 손녀는 평화롭던 전쟁 전의 할아버지 고향으로 향합니다.
"이제 달려갈거야 놀라지는 마 꿈을 꾸는 맑은 영혼 누구라도 원하는대로 모두 이뤄줄 원더티켓~ 전속력으로!!!"
[유회승/가수 겸 배우(풍백 역)] "전에 군 부대 생활을 할때 제가 이 지역에서 DMZ생활을 했었는데 그것이 좀 가미가 돼서 이 원더티켓이 가지고 있는 메세지같은 것들을 좀더 제가 잘 전달시켜드릴 수 있게 뭔가 각인이 된 것 같습니다."
굴곡졌던 우리의 현대사를 거슬러 되돌아간 고향마을.
청년 시절 기관사 시험에 합격했던 날, 또 첫사랑 연인과의 풋풋했던 순간을 다시 보며 할아버지는 벅찬 회한에 잠기지만 다시 기차로 돌아와야한다는 기적소리가 울려댔는데요.
"한 순간도 놓지 못한걸까 신도 한번쯤은 내 편이 돼주면 안되나 여기에 남아 있으면 안되나"
[남경주/뮤지컬 배우(노신사 역)] "제가 이 원더티켓을 가지고 고향에 갈 수 있는, 말하자면 이게 마법같은거잖아요? 그런걸 통해서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위로를 해드리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귀환열차를 놓친 할아버지를 고구려 벽화속 철의 신의 도움을 받아 찾아낸 바람의 신 풍백은 옛 연인의 형상을 만들어내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줬고요.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아 불탔던 마을의 수호나무도 부활시킵니다.
"평화 함께 하는 오늘과 내일을 꿈꾼다면 잊지 않는다면 이 길을 따라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땅에 다시 만날 그 곳에서"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다채로운 영상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미된 평화의 메시지에 관객들은 너나 할것 없이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김은혜/경기도 평택] "볼거리가 너무 많았어요. 스토리만 보는게 아니고 볼거리가 정말 다양해서 눈이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최고였어요."
[박근영/서울 동작구] "저는 임진각이란 곳을 처음 왔는데 실향민에 대한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런 계기가 됐습니다."
그 기립박수와 함께 남북접경지, 임진각의 한가위 보름달은 무대만큼이나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0860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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