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북한 청년 "우리는 고난의 아이콘"
◀ 김필국 앵커 ▶
어느 사회나 청년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죠. 북한도 예외는 아니라는데요. 북한 청년들의 삶은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보신 나민희 씨 어떤 차이가 있나요?
◀ 나민희 ▶
일단 남한 사회에 와서 청년들의 모습을 봤을 때 싫으면 싫다, 나한테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다 이렇게 좋고 나쁜 걸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그런 걸 보면서 너무 놀라웠어요. 북한의 유명한 구호가 있습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무조건 싫든 좋든 나한테 맞든 안 맞든 당이 시키면 무조건 해야 되는 게 북한 청년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런 부분이 좀 많이 달라서 신기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청년일까? 기준이 모호할 때도 있습니다. 시골에 가면 60 넘은 어르신이 청년회장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 차미연 앵커 ▶
그렇죠.
◀ 김필국 앵커 ▶
일단 우리 청년기본법에서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청년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 김수경 ▶
북한은 우리나라의 청년 기본법에 해당하는 그런 법적인 정의는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애 주기에 맞춰서 항상 조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어릴 때는 소년단에 가입하고 그 뒤에는 청년동맹 또 그 이후에는 직맹이나 여맹 이런 조직 생활을 하게 되는데 청년동맹 같은 경우에는 14세에서 30세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이 다 가입을 해야 합니다. 한 명도 예외가 없고요. 그렇다 보니까 청년동맹에 해당하는 나이 14세부터 30세가 일반적으로 북한에서는 청년에 해당한다라고 말해집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청년들 상당히 바쁩니다.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요. 아르바이트하랴 또 스펙도 쌓아야 하고 그런데 또 놀기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 청년들도 만만치 않게 바쁘다고 합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청년전위들이 청년절을 맞이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 8월 28일은 북한의 청년절이었습니다. 청년동맹이 결성됐던 날을 기리는 기념일인데요.
◀ 김필국 앵커 ▶
북한 각지에서 무도회와 공연이 열리고 또 체육대회를 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우리 청년들은 월 계획을 앞당겨 끝낸 자랑을 안고 경기장에 출전했습니다. 꼭 승전하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보니까 청년들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느낌, 선전의 느낌이 드는데요.
◀ 김수경 ▶
청년절이 91년도에 제정이 됐거든요. 그때 제정이 될 때 북한 당국에서 뭐라고 얘기했냐면 청년동맹 조직들과 청년들이 주체 혁명 위협 완성을 위한 투쟁에 더욱 힘차게 떨쳐나가게 되는 뜻깊은 이정표다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청년절이라는 게 청년이 주인공이 되고 어떤 주체 혁명, 당의 어떤 업적을 위해서 청년들이 어떻게 보면 동원되는 그런 식의 날이라고 할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청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하기 어려운 그런 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청년절이 되면 지방에 있는 청년들을 일주일 정도 평양으로 초청하기도 한다는데요. 그래서 청년들은 더 바쁜 일주일을 보낸다고 합니다.
◀ 나민희 ▶
북한은 정치 기념일이 달마다 꼭꼭 있거든요. 그런 날에도 행사들이 많이 열리는데 이런 데에서도 청년들이 항상 한 몫을 맡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명절 때마다 무도회라든가 나와서 춤추는 그런 행사 그다음에 이런 여러 가지 아리랑을 비롯한 그런 대규모 행사들에 꼭꼭 참여를 했었는데 그런데 안 나갈 수는 없어요. 안 나가면 정치 행사 빠지면 다른 거 빠지는 것보다 몇 배로 더 비판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참여해야 돼서 좀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겠네요. 북한 TV에 나오는 주요 기념일 행사를 보면요. 늘 청년들이 빠지질 않습니다.
"수백만 청년들의 마음과 마음들이 뜨겁게 합쳐지는 수도의 밤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해 수만 명의 청년들이 평양 시내에서 횃불을 들고 공연 비슷한 걸 하고는 행진하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500만 청년전위들의 혁명적 열정으로 충만된 장엄한 횃불 야회입니다."
◀ 차미연 앵커 ▶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데요. 참여한 적 있으세요?
◀ 나민희 ▶
저희 오빠가 참여를 했었는데요. 저기 평양 시내 4년제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이거든요. 그래서 한 6개월 정도 길게 잡고 연습 기간을 잡고 참여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밖에 나와서 햇볕에서 계속 훈련을 하니까 피부도 엄청 까매지고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항상 행사 전에는 이런 걸 가르쳐요. 만약에 행사 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 몸을 던져서라도 행사는 무조건 보장해라 이런 식으로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지금 보시는 건 지난 4월 김일성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 당시 열린 무도회입니다. 이런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도 청년들입니다.
◀ 나민희 ▶
여름에 보통 7월, 8월이면 굉장히 덥잖아요. 그런 날에도 한복, 긴 한복을 입고 나가서 춤을 춰야 되니까 좀 땀도 많이 나고 그리고 겨울에는 추운데 또 한복 안에다 바지라든가 이런 걸 못 입게 하거든요. 그런데 한쪽으로는 또 이런 행사에서 남학생들, 공대 학생들이랑 여대 학생들이 만나서 2시간 동안 춤추는 시간이기도 하다 보니까 몰래몰래 이런 데에서 썸도 타고 연애도 하고 이런 쏠쏠한 그런 재미도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한편 지난 4월 25일 화려하게 열렸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광장 한복판을 군중이 빼곡하게 채웠는데요. 바닥 대열이라고 불리는 이 역할에도 대부분 청년들이 동원됩니다.
◀ 나민희 ▶
지나가면서 막 만세를 외치는데 그것도 한 달 정도 연습을 하거든요. 청년이라면 무조건 저런 꽃들도 갖고 있어야 되거든요. 언제 그냥 행사 꽃을 들고 나와라 하면 들고 나올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한 달 정도 저렇게 막 같은 공간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저기에 장군님 있는 걸 상상하고 만세를 외쳐라 그러는데 잘 상상이 안 되기는 하죠. 괜히 좀 힘들기만 하고.
◀ 김필국 앵커 ▶
말만 들어도 고생이 많아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인지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후에 바닥 대열에 있던 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 김수경 ▶
당시 북한 매체가 어떤 보도를 했냐면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 청년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 김수경 ▶
김정은이 우리 청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뜨거운 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저 사진에. 그리고 또 당과 조국을 받드는 우리 청년들의 헌신성과 순결한 진정을 귀중히 여기는 총비서 동지라고 얘기해서 어쨌든 김정은의 애민정신을 굉장히 강조를 하고 있거든요. 사실 지금 장마당 세대라고 말해지는 북한의 청년 세대는 아무래도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좀 떨어지고 사회주의 체제 이념에 대해서도 유연하고요. 자본주의 문화에도 굉장히 익숙하다 보니까 당국으로서는 청년들의 마음을 충성하게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관건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집을 단속당할 때 1호 사진이 있으면 단속을 면해 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1호 사진의 의미는 굉장히 큰 겁니다. 그렇다 보니까 1호 사진을 찍음으로써 청년들에게 충성심을 고무시키려고 한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북한 TV가 전하는 청년 관련 뉴스에 빠지지 않는 소식이 또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청년들의 탄원 소식입니다.
"황해남도와 개천 철도국의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 전구들로 탄원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탄원은 험지에서 일하겠다면서 자발적으로 자원해 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농촌이나 오지, 건설 현장에 자원하는 사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제일 어렵고 힘든 전선에 탄원하여 진창길도 남 먼저 헤치고 사지판에도 주저 없이 끼어드는 돌격 투사가 되겠습니다."
◀ 김수경 ▶
이게 외피는 자발적으로 가는 탄원, 자원해서 가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은 강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탄원을 주로 가는 곳이 농촌이나 건설 현장이나 탄광처럼 아무도 좀 가기 싫어하는 힘든 일을 하는 곳에 가게 되거든요. 조국을 위해서 이 한 몸을 바쳐야 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는 것은 불순하게 보여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탄원을 가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래도 탄원을 가면 거기에 살림집이라든가 가재도구라든가 어느 정도 살 수 있게는 만들어주거든요. 그리고 탄원을 갔다 오면 나중에 당원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경우에 조금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탄원을 해서 저런 오지에 가기는 하지만 사실상 강제 동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나민희 ▶
북한에 있을 때는 혁명의 4세, 5세 저희를 이렇게 얘기했었거든요. 한마디로 식민지의 아픔도 겪어보지 못했고 전쟁도 못 겪어봤고 건설시기도 참여를 못 해봤기 때문에 사상성이 떨어지고 충성심이 떨어져서 항상 사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너희는 항상 고생을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강요하는 그런 세대이다 보니까 좀 어찌 보면 굉장히 불행한 그런 세대가 북한 요즘 청년 세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청년들은 유독 의무와 책임을 강요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왜 북한의 청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느냐 이런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수경 ▶
사실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남북 관계는 계속 유지가 되어야 되는데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대라는 게 지금의 북한의 청년 세대잖아요. 일단 지도자 자체가 젊고 청년 세대를 이해해야 앞으로 남북 관계를 맺어갈 때 대화를 할 때 서로 싸우기보다는 좀 더 통합하는 그런 식의 대화를 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청년 세대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된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남한의 청년 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서로 앞으로 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 나민희 ▶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청년 하면 항상 어렵고 힘든 일은 도맡아서 하는 걸 청년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한국에 와서 보니까 MZ세대의 이야기에 많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바꿔야 된다, 달라져야 된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한국에 와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막 하니까 이제 어떤 수당도 수당이지만 일주일 정도 일을 하면 주휴수당이라든가 각종 여러 가지 다 챙겨주잖아요. 이런 북한의 청년들이 남한의 청년들처럼 좀 제대로 된 권리 그다음에 제대로 된 어떤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은 북한 TV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서 궁금했던 북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궁금해 다음 주에는 북한의 청년 조직과 북한 당국이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특별한 주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0860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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