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참배자 폭증 한때 줄서기 차단.. 대기시간 24시간
템스강변 따라 8㎞ 장사진, 베컴도 13시간동안 기다려
지금까지 435명이 기절, 혼잡 속 사건·사고도 잇달아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장례식 참석…중국 대표단 참배 불허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참배가 시작된 지 사흘째 대기 줄이 너무 길어져서 신규 진입이 약 7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영국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여왕 관 참배를 위한 줄이 다시 열렸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금부터 대기 시간이 24시간 이상 걸릴 것이며 밤새 기온이 내려가서 춥다"고 경고했다. 여왕 관 참배를 위한 줄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이미 5마일(8㎞)에 달해 줄의 끝부분인 서더크공원이 꽉 찼다. 줄은 웨스트민스터홀 인근에서 시작해 램버스·런던· 타워 브리지 등을 지나 템스강변으로 길게 늘어섰다. 예상 대기시간이 14시간에 이르자 정부는 "최소 6시간 동안 새로 줄을 설 수 없게 막는다"고 밝혔다. 멀리서 온 참배객들 일부는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비공식 라인을 만들었고, 공원 관리자들은 약 100명을 추가 입장시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이날 일반인들과 함께 13시간 줄을 서서 여왕의 관에 참배했다. 납작한 모자와 짙은 색 재킷, 검은색 넥타이 차림의 베컴은 새벽 2시 15분쯤 혼자 와서 줄을 서 오후 3시 30분에 드디어 여왕 관 앞에 섰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홀에 들어가서 감정이 솟구치는 등 눈가를 닦았고 여왕의 관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인 뒤 바닥을 바라봤다. 그는 12시간 줄을 섰을 무렵 방송 기자들에게 "우리는 모두 여기에 함께 있고 싶어한다"며 여왕에게서 훈장을 받은 경험을 얘기했다. 그는 "새벽에 오면 한산할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했다"며 "무릎은 괜찮지만 등과 발이 아프다"고 말했다. 베컴은 기다리는 동안 다른 참배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반면 상·하원 의원들은 줄을 서지 않고 참배할 수 있는 데다가 4명까지 동반이 허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줄 서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지금까지 435명이 기절하면서 머리를 다쳐 구급대원들의 치료를 받았고 42명은 입원을 했다. 한 10대 남성은 줄을 선 여성 2명을 성추행하고 템스강에 뛰어들었다가 체포됐다.
찰스 3세 국왕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 이어 이날 웨일스를 찾아 지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웨일스 의회에서 웨일스어와 영어로 연설을 하면서 "오랜 기간 웨일스공이었던 것은 특권이었다"며 "웨일스는 여왕의 마음에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9년 웨일스공 책봉식을 치르기 전에 웨일스어를 배웠다. 웨일스에서는 환영 인파 속에 한 명이 찰스 3세에게 "우리는 난방비를 대느라 힘든 와중에 세금으로 당신의 퍼레이드를 해주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이후 런던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형제들과 함께 어머니의 관을 15분간 지킨다. 찰스 3세의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를 포함해 손자녀 8명은 17일 저녁에 관을 지키는 예식을 한다. 왕실에서 나가 가족들과 반목하고 있는 해리 왕자도 이때는 군복 착용이 허용됐다. 더 타임스는 이를 두고 상당한 화해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19일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의 정상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왕이 참석하고 수십만 명이 런던 거리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찰은 여왕 장례식이 사상 초유의 경비 작전이 될 것이며 테러 위협부터 군중 충돌까지 다양한 수준과 규모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새벽 런던 시내에서 경찰 두 명이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만 이 사건은 테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 대표단은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관에 참배가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웨스트민스터 홀 참배 행사를 관리하는 영국 하원의 린지 호일 의장이 동료들에게 중국 정부 대표단 참배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정부 대표단으로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로 외교 갈등을 겪고 있다.
김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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