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7% 목전인데도 '미지근'..안심전환대출 '그림의 떡'

정옥주 2022. 9.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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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집값 4억·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 기준 현실성 없어"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인 1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업무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사전안내 사이트 방문자가 35만명에 이르는 등 높은 관심과 혼란을 우려했지만,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는 신청 자격 때문인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등 수도권 은행은 차분한 모습이다. 2022.09.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출시될 때 마다 '서버 마비'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던 안심전환대출이 이번엔 '미지근'한 반응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시중은행 지점 창구는 평소와 다름없이 한산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은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시가 4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금리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3.80~4.00% 금리가 적용되며, 단 저소득 6000만원 이하·만 39세 이하 저소득 청년층은 3.70~3.90%가 적용된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로, 향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원리금은 동일하다. 주담대 금리가 곧 7%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재출시, 신청자가 급격히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주금공에 따르면 접수 첫 날인 15일 약 2386억원, 2406건의 신청이 접수되는데 그쳤다. 주금공 홈페이지와 스마트주택금융앱을 통해 1176건(1147억원)이 신청됐고, 6대 은행 창구와 모바일 앱을 통해 1230건(1239억원)이 접수됐다.

다음달 17일까지인 신청기간 동안 하루 평균 1조원 이상의 신청이 접수돼야 공급한도인 25조원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도 더 '미지근한 반응'이란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출시 첫날인 3월24일 하루에만 승인액이 3조3036억원에 달하며 월 한도액(5조원)의 절반을 넘어선 바 있다. 2019년 2차 신청 당시에도 첫날인 9월16일 오후 4시에 이미 신청이 7222건(8337억원)에 달하는 등 1조원을 훌쩍 넘어섰었다.

이에 대해 주금공 측은 "주택가격별 단계적 신청접수 및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 적용으로 인해 신청수요가 분산돼 온라인 및 창구 접수가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가격별,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5부제'를 적용해 신청시기를 분산하고 비대면 채널을 확대했기 때문에 지난 1·2차 신청 당시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아직 신청 첫날에 불과해 앞으로 접수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9년에도 첫 날에 비해 이틀째부터 신청이 급증하기 시작해 11일간의 접수 기간 동안 총 50조4419억원(43만5328건)의 신청이 몰린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신청 요건으로 인해 신청 가능한 대상자 자체가 크게 줄었거나, 지레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안심대출의 신청 자격은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다. 이는 2019년 신청 요건인 '부부 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신혼부부와 2자녀 이상은 합산소득 1억원)이면서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보다 한층 까다로워 졌다. 2015년 안심대출 당시 소득과 보유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에 비해서도 허들이 대폭 높아졌다.

특히 2015·2019년에 비해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입 요건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최근 들어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879만원으로, 지난 2019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1131만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8월 기준 전국 주택 평균 가격도 4억9703만원으로, 이미 신청제한 기준인 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지방 신청자들에 비해 서울과 경기 등 집값이 높은 지역 신청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에 공시지가도 아닌 시세로 4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주택이라는 요건을 갖춘 이들이 수도권에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전형적인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시세 4억원 이하 1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이라니 도대체 해주겠다는 건지 안해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서울과 수도권만 하더라도 웬만한 아파트들은 4억원이 넘고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이면 소득 제한 기준도 터무니없이 낮아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요건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선착순이 아니고 저가순의 주택 가격으로 혜택을 준다"며 "신청물량이 한도를 넘어서면 주택가격이 3억9000만원에 끊어질 수도 있고 3억5000만원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수요가 적어 한도가 남으면 그땐 5억원까지 늘려서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내년 추가 20조원 공급시 주택가격 상한을 다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주택가격인 4억원을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 많은데 어려운 서민을 위한 정책상품인만큼 무한정 공급할 수가 없다"며 "다만 내년에 여건을 봐서 추가 20조원을 공급할 때 주택 가격 상한을 한 9억원 정도로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체 평균 주택의 중위가격이 한 4억6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해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은 한 4억원으로 했다"며 "수도권 중위 주택 가격이 6억5000만원, 서울의 주택가격이 한 9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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