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인가, 도둑맞았나..여왕 서거 후 논란된 심장 크기 다이아몬드

이가영 기자 2022. 9.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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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위에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왕관과 지팡이 모양의 홀이 놓여 있다. /REUTERS 연합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계기로 영국 왕실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를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 혹은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다이아몬드를 반환해 남아공 박물관에 전시해 달라는 청원에 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남아공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여왕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자 “그녀에게 언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올 것인지 물어봤나” “찰스 3세의 첫 번째 의무는 다이아몬드를 돌려주는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컬리넌 다이아몬드'의 두 번째로 큰 조각(가운데 투명한 다이아몬드)이 장식된 영국의 임페리얼 스테이트 왕관(위), 가장 큰 조각이 장식된 지팡이 모양의 홀. /영국 왕실재단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 홈페이지

이 다이아몬드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머스 컬리넌이 운영하는 남아공의 한 광산에서 3106캐럿, 인간 심장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채굴됐다. 2년 후인 1907년 남아공 정부는 당시 영국 군주 에드워드 7세에게 이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다이아몬드는 이후 9개의 큰 다이아와 96개의 작은 조각으로 잘렸다. 에드워드 7세는 가장 큰 돌(530캐럿)에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이라고 이름 붙였고, 두 번째 큰 돌(314캐럿)은 ‘아프리카의 작은 별’이라고 명명했다. ‘위대한 별’은 영국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홀’에 장식됐다. ‘작은 별’은 왕관에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많은 초상화와 사진에서 이 다이아몬드를 착용하고 있다.

1953년 6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머리에는 왕관을, 손에는 홀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AP 연합

영국 왕실은 남아공 정부가 이 보석을 사들여 생일 선물로 준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당시 남아공 정부는 영국 통치하에 있던 식민지였다는 점이다. 남아공 대학의 에베리스토 벤예라 아프리카 정치학 교수는 “식민지 시대의 거래는 불법이며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당시 민간 광업 회사, 남아공 정부, 대영제국은 거대한 식민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벤예라 교수는 “‘위대한 별’은 피의 다이아몬드”라며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받은 사람도 무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남아공 야당의 대변인 레이 앤 매티스는 “고인이 된 영국 여왕은 반세기 넘게 이 다이아몬드들을 과시해왔다”며 “영국의 식민지 세력은 땅을 훔치고, 원주민들의 광산을 유용했다”고 비판했다. 매티스는 “우리의 요구는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이 포함된 모든 식민지 도난품에 대한 송환”이라며 “우리는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영국 왕실이 다이아몬드를 빌렸다는 뜻으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영국이 소유한 방대한 유물은 식민 지배했던 국가들을 목 조른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민들은 식민지 군대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끈질기게 싸워왔다. 지난달 런던 대영박물관은 1897년 영국의 군사 작전 동안 남부 나이지리아의 베닌 왕국에서 약탈한 72점의 물건들을 반환하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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