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윤종빈 감독 "아직도 '범죄와의 전쟁' 같은 작품 기대하는 대중 많아" [인터뷰M]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돌아온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수리남'은 14일(수)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3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2천 60만을 기록하고 한국, 홍콩, 싱가포르, 케냐 등 1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군대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제59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을 달성하며 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군도: 민란의 시대''공작'등을 통해 남성 중심의 영화에 특히 장기를 보이는 좋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시리즈에 도전했다. "OTT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영화감독으로 시작해서 스크린에 상영하는 작품의 연출만 했기에 아쉬움은 있다."라며 시리즈를 연출한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연거푸 하는 윤종빈 감독이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2시간으로 축약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앞뒤를 자르면 2시간짜리 액션 중심의 언더커버 물이 될 수 있겠지만 그건 장점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7년 전 '수리남'의 제작 제안을 했을 때 거절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따르며 해본 작업이다. 가까운 제작사 대표도 '제일 잘 하고 재미있는 건데 왜 안 하냐'라고 하고, 영화계에서 일하지 않는 친한 친구들은 '범죄와의 전쟁 같은 거 또 안 하냐'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아직도 저의 대표작을 '범죄와의 전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그럼 한번 하지 뭐'라는 생각이 들더라. 7년 전 제안을 받았을 때는 '범죄와의 전쟁'을 한지 얼마 안 됐고 그 비슷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거절했었는데 이제는 오랜만에 한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화로는 변별력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풍부하게 놀아보고자 시리즈로 제작했다."라며 오래 기다려 온 이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게 된 사연을 밝혔다.
윤종빈 감독이 처음 '수리남'의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이었다고 한다. "저는 앞이 너무 중요했다. 아버지로서 '강인구'의 모습, 그가 왜 수리남에 가게 되었는지, 왜 언더커버를 하게 되었는지가 중요했고 흥미로왔는데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든다면 이 부분은 생략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단순한 언더커버 물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이 언더커버를 한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라며 "실화가 가진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라는 말로 결국 이 작품의 기본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놓을 수 없었음을 고백했다.
앞서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10부작 시리즈로 기획했다가 다시 6부작으로 줄였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가 잘못 알고 있었다. 원래는 8부작 대본이었다. 저에게는 8부작도 버거웠다. 처음에는 다른 OTT와 기획을 했었다. 거기서 10부작은 되어야 한다고 했고, 저는 못하겠다고 하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넷플릭스와 좀 줄여서 6부작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아마 8부작으로 하라고 했으면 제가 못 찍었을 것 같다."라며 6부작의 시리즈로 완성된 비하인드를 밝혔다.
윤종빈 감독은 "문제가 컸다. 제가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길게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브플롯에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시리즈를 볼 때 저는 관심 없는 이야기는 그냥 넘어간다. 제가 그렇게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시리즈로 만들 때는 곁가지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청자들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짧게 줄인 부분이 많다"라며 첫 시리즈 연출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신경을 쓴 건 엔드였다. 넷플릭스도 항상 엔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대본을 쓰면서 나 찍으면서도 많이 고민을 했다. 그런데 1부는 대본과 다른 엔드를 썼다. 촬영하면서 그게 좋을 것 같아서 변화를 주었다"라며 다음 화를 못 보면 안 되게끔 회차를 끊는데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종빈 감독은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힘을 빼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고 했던 것이다. 그 의도대로 한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아쉬움은 없다. 다만 저는 영화감독이고 스크린에서 상영될 영화를 찍어서 시리즈를 해보고 나니 내가 지금까지 했던 작업이 영화라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기에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하는 작업을 해왔었는데, 영화가 아니면 그렇게 연출할 필요가 없구나 싶어서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는 말을 해 정말 아쉬움이 없는 게 맞는 건지 의심하게 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야 플랫폼의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는 윤종빈 감독은 "지금껏 작품 하면서 가장 전화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연락 않던 초등학교 동창도 몇 십 년 만에 전화가 왔고 심지어 보험사 직원도 잘 봤다고 문자를 했더라.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다 보니 많이들 보시는 것 같더라. 심지어 해외에서도 많이 보시더라. 제가 니콜라스 케이지의 팬이고 그의 작품을 스무 번 넘게 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도 '수리남 쩐다'라고 인스타에 올렸더라."라며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 질문하니 윤종빈 감독은 "영화를 하고 싶은데 아직 결정한 건 없다. 극장용 영화의 장르가 갈수록 한정되고,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다. 블록버스터 액션으로 한정 지어지는 극장용 영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장르에 대한 아쉬움은 플랫폼이 채워주는 것 같은데 아직 고민이 많다."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영화인의 마음을 대변했다.
'수리남' 시즌 2도 만들 생각이 있냐고 하니 그는 "제가 몰라서 했지, 알았더라면 안 했을 것. 6부 전체를 대본, 연출하는 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 같다. '수리남'을 하고 온몸에 궤양이 심하게 와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정말 무서워서 못하겠더라. 미국에서 시리즈를 회차별로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건 이유가 있는 것 같다."라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시리즈를 했던 감독님들과도 이야기했는데 박찬욱 감독님도 이번에 시리즈에서는 앞의 회차만 연출한다고 하시더라. 한준희 감독은 'D.P'의 두 시즌을 혼자 다 하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 6개짜리 시리즈를 했지만 2편의 영화를 연달아 찍은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시즌 1을 찍고 치아 6개를 임플란트 하셨다며 죽어도 안 한다고 하셨다가 다시 시즌 2를 준비하지 않냐는 말에 윤종빈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안 하면 안 되는 시리즈이지 않나.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큰 관심을 받았는데 어떻게 안 하겠냐. 저도 뭐 그렇게 안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할 수도 있다"라며 에미상에 대한 기대감을 슬쩍 내비쳐 웃음을 안겼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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