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헌화 위해 2시간 행렬.."우리의 여왕, 안녕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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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나의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를 떠나 보내고 왕이 생긴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영국 켄트 지방에서 온 셰런 로즈(57)는 "집에서 일을 마치고 라디오를 듣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에 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면서 "엘리자베스는 항상 나의 여왕이었다. 여왕이 아닌 왕이 생겨 어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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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정윤영 기자 = "한평생 나의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를 떠나 보내고 왕이 생긴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1세부터 70년간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이제는 우리가 여왕에게 하루를 바칠 때가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을 사흘 앞둔 16일, 추모객들은 헌화를 하고자 버킹엄 궁 앞 거리인 '더 몰(The Mall)' 입구에서 그린파크 공원에 마련된 헌화 장소로 향했다. 평소 도보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는 쏟아지는 인파로 인해 2시간여가 걸렸다.
어림잡아 수만명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애도하고자 한자리에 모였으나 헌화는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다 추모객 한 명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관악기)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고, 모든 시선은 연주자에게 집중됐다. 연주가 끝나자 추모객들은 감정에 북받친 듯 갈채를 보냈다.
영국인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헌신과 충성의 상징으로 기억했다.
영국의 매트 포드(41)는 "70년간 국가의 수장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기 때문에 경의를 표하러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리의(our)' 여왕이 아닌 '모두의(everyone's)' 여왕이었다. 상당한 압박이 있었을 텐데 21세 나이에 즉위해 70년간 국가를 위해 자신의 임무를 최우선으로 삼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그를 위해 하루를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켄트 지방에서 온 셰런 로즈(57)는 "집에서 일을 마치고 라디오를 듣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에 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면서 "엘리자베스는 항상 나의 여왕이었다. 여왕이 아닌 왕이 생겨 어색하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퍼스 출신인 아만다 영(49)은 "애국심이 강했던 조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엘리자베스 여왕을 존경해왔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슬프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을 건강하게 살다 가셨다는 마음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을 원하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과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별개의 문제라고 아만다는 말했다. 그는 이같이 말하며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한다 하더라도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우리의 여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화를 한 한 추모객은 여왕에게 적은 편지에 "나의 증조부모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왕자와 같은 연배셨다. 두분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처럼 72년간 백년해로했다"면서 "영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준 여왕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당신이 이룩한 모든 업적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한 추모객은 "31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최고의 리더이자 멋있는 여성이었다"면서 "그는 우리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갓 세이브 더 퀸)'"라고 적었다.
이밖에도 추모객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강인함과 품위의 상징이었다. 여왕은 우리 모두에게 롤모델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리더십, 충성심 그리고 통합의 상징이었다. 그는 모두의 여왕이었고 절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절대 불평불만하지 않고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국가의 어머니를 잃어 우리 모두가 슬픔에 잠겼다, 안녕히 잠드소서 엘리자베스 여왕"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추모객들을 위해 런던 버킹엄 궁 인근 그린파크에 헌화 장소를 마련했다. 이곳에 놓인 꽃과 편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장 이후 약 2주 뒤 옮겨질 예정이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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