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하고 우스꽝스러운 재벌가 권력다툼..에미상 작품상 '석세션'[오마주]

이혜인 기자 2022. 9.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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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드라마 ‘석세션’. HBO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형제의 난’, ‘왕자의 난’… .

재벌가 자제들의 권력다툼을 의미하는 이 단어들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권모술수와 정치적 모략이 판을 치는 비정한 권력다툼의 세계를 그려봅니다.

HBO 드라마 <석세션>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 로이 가(家)에서 회장의 자식들이 권력다툼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싸움은 어딘가 엉성합니다. 비정하고 우아한 모습 대신 “솔직히 말하면 오빠는 나약하고 서툴고 지적으로 딸려서 CEO로 적절하지 않아”라며 서로를 유치하게 비난한다거나, 말로 안 되면 남매끼리 갑자기 우스꽝스러운 몸싸움을 벌이며 바닥에 나뒹굴곤 하죠.

이번 주말 경향신문 ‘오.마.주’ 코너에서 소개할 OTT 콘텐츠는 재벌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석세션>입니다. 국내 OTT 플랫폼 중에서는 ‘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웨이스타 로이코’의 창업주인 로건 로이(브라이언 콕스)가 있습니다. 그는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테마파크, 방송사와 신문사를 소유한 미디어 제국을 일궈냈죠.

80세를 넘기며 로건 로이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됩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자식들 중 한 명에게 경영권을 넘기려 하는데, 믿고 맡길 만한 자식이 한 명도 없습니다. 장남인 코너 로이(앨런 럭)는 귀농해서 한량의 삶을 살고 있고, 차남인 켄달 로이(제레미 스트롱)는 권력욕은 엄청나지만 사업적 재능이 없죠. 삼남인 로먼 로이(키에란 컬킨)는 어느 정도 큰 그림을 볼 줄 알지만 입만 열면 음담패설을 하고 주변사람들을 도구처럼 대합니다. 막내딸 시브 로이(사라 스누크)는 야심은 대단하나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경영경험이 적습니다.

의심이 많은 로건 로이는 끊임없이 자식들을 시험하고, 자식들은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드라마는 이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게 그립니다. 권력을 쥐기 위해 누가 보더라도 손해인 멍청한 거래를 결정한다거나, 유명인의 은밀한 부위 사진을 입수해 협박의 카드로 삼는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카메라는 이들이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는 모습을 마치 페이크다큐처럼 급하게 줌인해서 담습니다.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다분한 작품입니다.

<석세션>은 시즌1이 방영되자마자 <왕좌의 게임>의 뒤를 잇는 HBO의 간판 작품으로 떠올랐죠. 에미상에서 총 9번이나 수상을 했습니다. 얼마전 제 74회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작품상을 받기도 했죠. 뻔하지 않은 연출을 통해 재벌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몰아보기 지수 ★★ / 한 편 당 60분의 러닝타임, 음악을 최소화한 연출. 몰아보기보단 끊어서 보기를 추천.

피식 지수 ★★★★ / 영미식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음. 아, 이렇게도 지질한 재벌가의 모습이란.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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