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스톱워치가 부정행위 도구?..법원은 다르게 봤다

김대호 2022. 9.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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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시험시간에 스톱워치를 사용한 학생을 0점 처리한 데 대해 법원이 취소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위공의 서지원 변호사는 "A 양 학교에서 스톱워치는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고 과거에도 사용됐기 때문에 금지 물품으로 볼 수 없다. 다른 학교는 사용하는 곳이 있다. 학교가 경솔하게 합의 없이 부정행위를 선언했다. 부정행위라도 0점 처리는 과도하며 훈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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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톱워치 사용 학생 0점 처리 취소 권고
학교가 권고안 수용 안하면 법원이 최종 판결
변호사 "학교 잘못도 있는데 0점 처리는 과도"
스톱워치 서울 모 중학교 3학년 A 양이 시험시간에 사용한 스톱워치. A 양 아버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시험시간에 스톱워치를 사용한 학생을 0점 처리한 데 대해 법원이 취소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5일 중학교 3학년 A 양이 자신의 학교 교장을 상대로 진행한 성적산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A 양에 대한 기말고사의 영어 지필고사 항목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앞서 A 양은 지난 7월 4일 통신 기능이 없는 스톱워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1학기 기말고사 1교시 영어 과목 시험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그의 영어 점수는 100점에서 0점으로 처리됐다.

A 양은 기말고사에 스톱워치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지를 듣지 못했음은 물론, 중간고사 때도 스톱워치를 사용했고 시험감독관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영어 과목 시험감독관은 A 양의 스톱워치에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시험지에 날인해줬으나 2교시 시험감독관이 문제를 제기해 부정행위 처분이 내려졌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2022년 중학교 학업성적 관리 감독 교사 유의사항을 보면 휴대전화,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과 전자식 화면 표시가 있는 시계 등을 전자기기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스톱워치를 전자식 화면 표시가 있는 시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A 양은 지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도 모든 과목 만점을 기록하는 등 평소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는데 이번에 영어 과목이 0점 처리돼 고등학교 진학에 큰 차질이 생기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이번 조정권고에 앞서 지난달 12일 학교 측의 영어 과목 0점 처리에 대한 집행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학교가 이번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달 13일 마지막 변론을 하고 추후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해당 학교의 학교장은 이번 일과 관련한 전화 인터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 권고안에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 모 중학교의 기말고사 유의사항 전자기기 예시에 스톱워치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A 양 아버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교 측은 교육청의 규정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일선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스톱워치가 부정행위로 처리되는 전자기기라는 사실이 충분히 공지되지 않았고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톱워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따라서 A 양의 스톱워치 사용에는 학교 측의 잘못도 작지 않은데 고교 입시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0점 처리는 과도하게 무거운 조처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위공의 서지원 변호사는 "A 양 학교에서 스톱워치는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고 과거에도 사용됐기 때문에 금지 물품으로 볼 수 없다. 다른 학교는 사용하는 곳이 있다. 학교가 경솔하게 합의 없이 부정행위를 선언했다. 부정행위라도 0점 처리는 과도하며 훈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학교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린 학생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받았고 교육청과 학교의 행정력이 낭비됐다. 교육청은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학생에게 고통을 준 학교에 주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양의 아버지는 "교육은 학교(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적 약자인 학생에 대한 학교의 배려는 마땅하다. 딸이 겪은 이번 일을 보면 '과연 학교는 학생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로 모범 학생이 부정 행위자로 낙인찍히며 인권은 철저히 무시됐다. 학교는 학생의 인권을 제대로 존중했는지도 묻고 싶다. 온 가족이 큰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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