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 리빙레전드' 히다 오리에 "LPBA, 마지막 찬스였다"

권수연 2022. 9.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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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히다 오리에ⓒ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MHN스포츠 삼성, 권수연 기자) "트로피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믿을 수 없었어요"

'리빙레전드', 즉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기록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기록을 세워야한다. 여성 선수라면 '여왕(퀸)', '여제' 등의 수식어가 주로 붙지만 전설로 불리는 선수는 흔하지 않다. 

현재 LPBA투어와 팀리그에서 SK렌터카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는 히다 오리에(47)가 그렇다. 세계캐롬연맹(UMB) 당시 3쿠션 세계선수권 대회를 네 차례나 휩쓸며 일약 전설에 올랐다. 2004, 2006, 2008, 2017년은 그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섰던 해였다. 

히다의 부모님 또한 당구선수 출신이다. 덕분에 그 역시 초등학생때부터 자연스럽게 큐를 장난감 삼아 자랐다. 갓 스무살에 어머니를 꺾고 일본 여자 3쿠션 정상까지 제패했다. 그리고 지난 해 LPBA로 이적해 이슈를 만들었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적과 함께 닥쳐온 시력 이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월드 타이틀은 남달랐다. 망막 박리 수술을 받은 히다는 부진을 깨고 PBA-LPBA투어 최초로 일본인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근 삼성동 소재 당구장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히다는 '전설'이라는 어마무시한 수식어가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아담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부침 끝 차지했던 한국에서의 프로 첫 우승을 "믿을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마지막 뱅크샷이 터지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히다는 "일본에서 몇 년이나 연락이 끊겨있었던 모든 지인들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응원을 엄청나게 보내주셨다, '이것이 TV의 힘인가'라고 생각해 깜짝 놀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히다 오리에ⓒ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결승전에서 붙은 베테랑 이마리에 대해서도 칭찬이 이어졌다. 그는 "페어플레이나 훌륭한 인품 등이 이마리 선수의 플레이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한국 무대에 데뷔하기 전, 20~30년간 UMB를 인생의 전부로 여겼다는 그는 LPBA를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하면 프로로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라고 밝혔다. 두렵기도 했고 일본에서 응원해주던 팬들을 두고 떠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팬들은 한국으로 건너온 그를 여전히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다고. 

다만 처음부터 LPBA 무대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연속된 실수가 마음을 옭아맸고 자신감을 잠시 빼앗았다. 한국 선수들의 레벨을 한번도 얕본 적은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높았다. 애티튜드 역시 완벽했다. 

히다는 "김가영 선수와 지금은 물러난 차유람 선수를 보고 느꼈지만, 프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달라지는구나 생각해서 대단하다고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초반에는 샷 미스에 자꾸 난처함이 드러나는 표정을 지적받은 일도 있었다고.

그러나 문화 적응보다는 일단 프로로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다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망막 박리 증상이 닥쳐오며 생각보다 훨씬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는 "신체 컨디션이 저하되니 솔루션을 찾기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현재는 수술이 잘 끝나고 시력이 회복되며 안경도 벗은 상태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히다 오리에ⓒ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히다 오리에ⓒ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현재 그가 몸 담고 있는 LPBA투어는 외인선수의 진입 풀이 크지 않다. 현재 베트남과 일본, 캄보디아 등지에서 몇몇 선수들이 건너오긴 했지만 PBA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한 줌도 안되는 외인 여성선수 가운데 히다는 스롱에 이어 우승컵을 들어올린 LPBA 퀸이 됐다.

이 과정에서 히다 역시 타국 프로리그에 진입하고 정착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성 선수들이 LPBA에 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선수들은 가족을 놔두고 멀리 오는 일이 어렵고 수입 부분에서도 안정적인 면이 중요해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라고 전했다.

돼지국밥을 비롯해 국물이 있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잘 먹고, 꾸준히 연습하며 경기를 위한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려 한다. 

한국에서도 그를 응원하는 당구팬들이 종종 보인다. 히다는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이 모두가 정말 친절했고 심지어 당구장에서도 알아보고 (초면에도) 일본어로 직접 말도 걸어주시고 응원해주셨다"며 "너무 좋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이었다. 인터뷰 내내 히다의 곁에 다가와 "우승 축하해요", "반갑습니다, 축하합니다" 등의 인사를 툭툭 전하고 가는 당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3차전을 최대 수확으로 마친 히다 오리에는 16일부터 강촌에서 열리는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2-23'에 곧바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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