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계획대로 가지 않아도 돼, 그게 인생이라는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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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거장 그림책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존 레논(1940~1980)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인용했다.
지금까지 40권 이상의 책을 내면서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유타 바우어(67) 얘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성장한 유타 바우어는 파시즘 반대와 성 평등, 기후 위기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지금도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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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심부름 떠난 '예페'의 여정
동물 친구들 돕다가 샛길로 새지만
삶에서 만나야 할 '행복\' 되물어
“인생이란 정신없이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너에게 일어나는 일이야(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독일의 거장 그림책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존 레논(1940~1980)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인용했다. 지금까지 40권 이상의 책을 내면서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유타 바우어(67) 얘기다. 유타 바우어는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할아버지의 천사> <고함쟁이 엄마>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비롯해 세계의 주요 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이번에 <예페의 심부름 가는 길>(미디어창비)을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며 <한겨레>와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예페의 심부름 가는 길>은 바우어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따스한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예페가 왕의 편지 전달 심부름으로 여정을 떠나는 길에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처한 곤경을 함께 해결해간다는 이야기다.
바우어는 왕의 심부름을 완수하는 것보다 당장 이웃이 처한 어려움을 도우면서 여정이 길어지는 예페를 통해 “뭔가를 계획하고 소망해보지만 ‘인생’이라는 녀석이 끼어들면서 모든 게 애초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 버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주제의식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는 늘 작품을 그릴 때 “아이들만을 염두해 두거나 어떤 교훈을 전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책은 예페의 여정과는 별개로 왕의 일상과 왕이 겪는 사건, 가족과의 갈등, 이별과 외로움 등을 흑백필름처럼 이어가며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언뜻 어린이들이 감당하기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많은 아이들이 부부싸움이나 부모의 별거, 이혼 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동일시하는 건 임금이 아니라 예페일 것이다. 살면서 슬픈 일을 당할 수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여정을 즐기고, 충분히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성장한 유타 바우어는 파시즘 반대와 성 평등, 기후 위기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지금도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가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에 담고자 한 메시지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물(이웃)을 돕는 행위”인 것도 이러한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터. “이런 도움이 예페에게는 (희생이 아니라) 신나는 모험이었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행복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난민이나 빈곤 문제 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성찰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책 읽는 시간을 잠식하는 요즘 그림책 작가에게도 이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가능하면 앞으로 발표하게 될 작품에서 스마트폰이나 게임 이야기를 꼭 한번 다뤄보겠다”는 결심을 알려왔다. 지금 거장 작가의 손을 통해 빚어지고 있는 주제는 기후위기다. 그는 “기후변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동물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동료 한명과 만들고 있다”면서 “기후위기는 지금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현실 참여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거장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그림 미디어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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