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동원해 별거중 아내에게서 두살된 딸 데려온 40대 남자 왜 무죄일까 [이번주 이판결]

이윤식 2022. 9. 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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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신고로 남편은 '약취' 기소됐지만
법원 "남편은 딸에 대한 공동육아권 있어"
[사진 = 연합뉴스]
40대 남성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19일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통보 받았다. 아내는 두 살난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고 자신의 행방을 남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A씨가 아내 소식을 들은 것은 보름이 더 지난 뒤인 12월 19일이었다. 아내가 서울 서초구의 친구 집을 방문중이라는 소식이었다. A씨는 딸을 되찾고자 직장 동료와 친구를 불렀다. 아내가 해당 서초구 빌라 주차장에서 딸을 태우려던 순간을 노렸고, 그 순간 지인들을 동원해 딸을 떼어내 자신의 부모 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남편을 신고했고 그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기소됐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이경린 판사는 지난 6일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와 그의 회사 직원, 친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는 B씨와 함께 여전히 공동양육권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친권자이자 양육권자인 A씨가 보호·양육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은 딸을 데리고 가는 행위가 딸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지인들을 동원해 딸을 데려가는 과정에서도 불법적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딸을 데려가는 과정에서)A씨와 그 직원이 B씨의 저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했다거나 불법적인 힘을 사용해 딸을 B씨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켰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B씨는 수사기관과 법원 진술에서 A씨가 딸을 데려가는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A씨의 진술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B씨가 운행하던 차량의 주차 위치나 딸을 빼앗긴 구체적 장소, B씨가 폭행을 당한 장소와 폭행을 당한 부위 등에 관한 B씨의 수시기관·법정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주장하는 상해의 발생 경위나 원인도 B씨가 제출한 진단서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B씨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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