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에 뿔난 수리남, 20년 전엔 우리도..

김현록 기자 2022. 9.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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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남' 스틸.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인구 50만의 중남미 국가 수리남이 핫하다. 추석을 즈음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때문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조'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이자,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등이 출연한 흥미진진한 범죄스릴러 '수리남'은 제목이 된 그 곳에서 벌어진 과거 실화가 바탕이다.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마약밀매 조직을 이끌다 붙잡힌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 그리고 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민간인 K의 이야기다.

극중 한국인 마약왕의 활동 무대인 수리남은 국민의 다수가 마약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부패한 정부는 마약 조직과 결탁해 범죄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조장하기도 한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서비스되는 콘텐츠인 만큼 수리남 측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대목이다.

'수리남' 각본과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에서 수리남이라는 실존 국가명을 그대로 쓴 데 대해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기에 가상의 국가명을 써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국가, 단체의 명예가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어 창작자로서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수리남'의 영문 제목은 국가명을 그대로 쓴 한국 제목과 달리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성자)가 됐다. 수리남 정부 측 우려가 애초부터 제기돼 우리 외교부가 넷플릭스 코리아 측에 이를 전달했고, 영문명 변경에 한 몫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수리남' 스틸. 제공|넷플릭스

그럼에도 드라마 공개 후 수리남 정부 측의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알버트 람딘 수리남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리남은 부단히 노력해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냈고, 더 이상 마약 국가가 아닌데 부당한 묘사"라며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는 고려해야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관한 문제다. 드라마 때문에 수리남이 또다시 나쁜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가 수리남 현지 교민에게 안전에 주의하라는 공지를 남길 정도였으나, 현지 분위기는 차분하다고 전해진다.

입장을 바꾸면 한국을 전쟁의 위협이 가득한 분단국가 이미지로 묘사한 외국 작품 탓에 분통을 터뜨렸던 우리이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K콘텐츠 바람이 세계를 휩쓰는 요즘이지만 20년 전만 해도 상황이 크게 달랐다. 2002년 개봉한 '007 어나더 데이'는 북한이 빌런으로 등장하고, 도무지 한국이라 보기 힘든 공간에서 공간에 소가 밭을 가는 모습으로 우리 농촌을 제멋대로 묘사하면서 큰 반감을 샀다. 그 배경이 명백하게 한국이라고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매운동이 일었을 정도다.

2015년 영화 '버드맨'에서는 주인공의 딸이 꽃집에서 "모두 김치 냄새가 난다"며 부정적인 느낌을 표현해 한국 비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는 "내 체액에서 김치맛이 난다"는 대사가 등장, 한국의 전통 음식 비하라는 논란도 나왔다.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이미지가 공공연하게 해외 콘텐츠에 쓰인 것만으로도 한국 관객, 시청자의 반감을 사는 일이 허다하다. 지난해 미드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논란이 됐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아예 욱일기 연상 이미지를 미리 수정해 한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 '수리남' 스틸. 제공|넷플릭스

문화 콘텐츠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세계에 동시 유통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대, 국가나 문화, 종교나 인종에 대한 묘사가 갈등으로 비화될 여지는 더 커졌다. K콘텐츠를 전세계와 동시에 즐기는 요즘, 한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딜레마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세일즈도 대박난 1200만 히트작 '범죄도시2'가 영화의 배경이 된 베트남에서는 개봉하지 못한 일은 짚어볼 만하다. 상영이 불발된 건 베트남 당국이 "너무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며 등급 심의를 반려했기 때문인데, 영화가 대도시 호치민을 무법지대로 묘사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범죄도시2'의 모티프가 범죄사건은 베트남에서 발생하지도 않았다.

▲ '수리남' 스틸. 제공|넷플릭스

한편 논란과 소동에도 불구하고 '수리남'은 뜨겁게 주목받으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 이후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본 TV쇼 톱10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고, 전세계 기준으로도 톱3을 지키며 흥행 중이다. 드라마틱한 실화가 바탕이 된 쫄깃한 드라마, 수준높은 만듦새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두루 호응을 얻는 중이다. 전세계적 현상이 된 '오징어 게임' 이후 딱 1년 만에 공개된 웰메이드 K콘텐츠로서 '수리남'이 어떤 최종 성적을 거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수리남' 스틸.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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