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약속했던 '노란봉투법', 文정부 외면..정권 바뀌니 민주당 밀어붙여

손덕호 기자 2022. 9.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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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불법 파업'으로 노동자 47억 배상 판결
'노란 봉투'에 4만7000원 성금 보내며 운동 시작
文, 민주당 대표 때 "노란봉투법 관철시켜 낼 것"
조국은 '손잡고' 공동대표.. 그러나 文정부 입법 않아
'손잡고' 성명 "文정부, 국가 제기 손배가압류 철회 요구도 외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노란봉투법’ 제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9월 12일 보도자료
“우리는 반드시 노조법 2조의 노동자 정의와 사용자 정의를 개정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노조법 3조를 개정하여 손해배상을 금지시킬 것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9월 14일 국회 앞 ‘원청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식 선언문

민주당과 노동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불법적인 파업 등 노조 활동으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더라도 기업이 노조나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상 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계와 산업계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은 과거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일 때 추진했던 법이다. 8년 만에 169석 거대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는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노란봉투법’을 입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노란봉투법’ 운동한 ‘손잡고’ 발기인 文이지만… ‘입법’ 약속 지키지 않아

현재 국회에는 ‘노란봉투법’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임종성·강민정·양경숙·이수진(비례) 의원, 정의당 강은미·이은주 의원이 발의했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이은주 의원의 법안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소속 의원 46명, 무소속 의원 등 총 5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 4선의 김상희·3선의 남인순·도종환·서영교·한정애 의원 등 중진 의원 등도 동참했다. ‘노란봉투법’은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무산됐는데, 야권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압박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의 시작은 쌍용차 사태다. 법원은 쌍용차와 경찰이 불법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6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 4만7000원을 넣어 전달했다. 이 일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자는 취지의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데서 착안한 캠페인이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세 차례 모금 캠페인에 4만7000여명이 참여해 14억6000여만원이 모였다.

이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이어졌다. 캠페인 과정에서 설립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중심이 됐다.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당시 당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쌍용차 평택공장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간 2009년 8월 4일 오후 용역직원과 함께 사측 직원들이 진입로 확보를 위한 장애물을 걷어 내기 위해 진입을 하자 점거 중인 노조원들이 접근을 막으며 트럭에 불을 질르고 화염병 등을 던지며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조선DB

문 전 대통령은 ‘손잡고’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손잡고’에 보낸 축사에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시민들의 맞잡은 손을 이어받아 노조법 개정안 노란봉투법을 관철시켜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19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 5년의 임기가 지나갔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손잡고’는 지난 7월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가 제기한 손배가압류를 철회하라는 요구도 외면했다”며 “국가폭력, 노조파괴, 불법파견 등 국가나 기업의 불법 또는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저항한 노동자들에게 씌워진 손배소송은 단 하나도 풀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 전 장관은 ‘손잡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조 전 장관은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한 후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왼쪽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조선DB

◇與 “‘노란봉투법’ 표현 쓰지 마라”… 정작 민주노총은 “노조법 2·3조”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기업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노란봉투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노동장관이 왜 ‘노란봉투법’이라고 하나, 엄연히 법제명(노조법 개정안)이 있지 않느냐. 법제명을 말하면 되지 왜 맞장구 치느냐”고 했다. 이 장관은 “의원님들이 말씀하시는데 ‘노란봉투법이 뭐냐’라고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이란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국회가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15일 성명에서도 ‘노조법 2·3조’라는 표현을 썼고, ‘노란봉투법’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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