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말 맞춘 피싱일당..미제로 묻히기 직전, 전국 CCTV 파헤쳐 잡았다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몰라요. 그냥 대출받으려고 통장 빌려준 거예요."
충북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부부는 지난 1월 메신저피싱에 속아 1억2000만원을 잃었다. 딸에게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는 메시지를 받고 요구를 들어준 게 화근이었다. 휴대전화에 설치된 원격조종 앱이 순식간에 돈을 빼갔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돈은 결제대행사의 가상계좌와 대포통장을 거쳐 메신저피싱 일당에게 넘어간 뒤였다.
26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관 오완균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제범죄수사팀장은 돈세탁에 사용된 통장 명의자 A씨를 만났다. A씨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자신은 대출을 받기 위해 통장을 빌려줬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계좌내역을 살펴보니 피해금 일부가 A씨 지인의 계좌로 송금된 상태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대출을 받기 위해 통장을 빌려주기만 했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들이 함구하자 수사는 난항을 겪었고, 일선서에 접수된 메신저피싱 사건은 '수사 중지'되거나 '미제 편철 사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 팀장이 피의자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대포통장 거래내역 등을 살펴본 덕에 자칫 묻힐 뻔한 범행이 밝혀졌다.
오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메신저피싱을 수사하며 날마다 자정까지 업무에 매진했다. 몇개월간의 통화내역과 대화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공모관계를 밝혀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확인해 범죄 사실을 특정했다. 휴대전화에 담긴 파일들을 살펴보다가 새로운 사기 사건을 밝혀내기도 했다.
일당 가운데 일부는 무주택 청년들에게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청년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악용해 금융권으로부터 5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인들을 대상으로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하고, 허위 전세계약서로 은행에서 명의자 1명당 1억원을 대출받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 범죄는 '얼굴 없는 범죄'로도 불린다. 대부분의 범행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데다 범죄 수법이 빠른 속도로 변해 범인 검거도 쉽지 않아서다. 오 팀장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하는 만큼 바다에서 낚시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임한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추적해 검거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수사를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운 것을 나누고 있다. 2019년에는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후배들에게 수사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충북청 수사기법 공유 대화방에 사이버수사 용어와 전문 지식을 설명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각종 사건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내부망에 공유하기도 한다.
오 팀장은 앞으로도 사이버수사를 계속하며 전체 경찰의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사이버수사대에선 휴대전화, CCTV, IP 추적 등 종합적인 추적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며 "모든 수사관이 사이버 추적 기법을 활용해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가발 벗으면 민머리"…몰라 보게 달라진 안성기, 1년 넘게 '혈액암' 투병 - 머니투데이
- '결별' 전현무 "내 짝은 어딘가 있겠지, 복잡하다"…심경 고백 - 머니투데이
- 제니·뷔 어쩌나…고화질 이마 키스·데이트 사진 또 털렸다 - 머니투데이
- 신민아♥김우빈, 파리 데이트 목격담…7년 열애 이상無 - 머니투데이
- 빽가 "제주 '5000평' 카페 최고 매출…직원들 힘들다고 그만둬" - 머니투데이
- "음주운전 곽도원, 원망스러워"…개봉 2년 미룬 곽경택, 솔직 심경 - 머니투데이
- 서동주, 경매로 산 집 알고보니…"7~8년 후 재개발" 겹경사 - 머니투데이
- "외벌이 띠동갑 남편, 딴여자 생겨"…6년간 '월말 부부', 아내의 고민 - 머니투데이
- 옥주현 목 관통한 '장침'…무슨일 있나 - 머니투데이
- 티아라 왕따설 전말은…김광수 "화영 계약서, 내가 찢었다" 눈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