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신작 80% 기존 게임 재탕

윤진우 기자 2022. 9.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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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인지도 활용, 개발비↓ 성공 확률↑
기존 팬층만 확보해도 수익성 선방 가능
히트·세븐나이츠·라그나로크 등 대표적
콘텐츠 다양성 사라지고 확률형 아이템 그대로
신규 IP 발굴 새 먹거리 확보 적극 나서야
넥슨 신작 히트2 공식 일러스트. /넥슨 제공

국내 게임사들이 과거 흥행을 거둔 인기 지식재산권(IP)을 재활용한 신작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 개발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슷한 게임만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콘텐츠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국내 게임사의 주요 신작 11개 가운데 기존 IP를 활용한 경우는 9개에 달한다. 국내 최대 게임 업체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의 경우 4개의 신작 중 3개가 기존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임사들이 기존 IP를 다시 사용하는 배경에는 높은 성공 확률과 저렴한 개발 비용이 있다. 매년 수십개의 신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 IP는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동시에 일부 수수료를 제외하면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수익성도 좋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유명 IP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전략이다”라며 “기존 팬층만 확보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게임 일러스트. /그래픽=정다운

업계 1위 넥슨은 지난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히트의 후속작인 히트2를 지난 8월 출시했다. 히트는 넥슨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처음으로 달성한 IP로, 히트2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 등을 기록했다. 넥슨은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IP를 콘솔(TV에 연결해 쓰는 게임기)에 접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글로벌 레이싱 테스트를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이 지난 7월 선보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전작인 세븐나이츠2 출시 후 2년 만에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해 만든 신작이다. 넷마블은 그동안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마블 등 다른 게임사의 IP를 많이 사용했다. 넷마블은 자체 IP인 세븐나이츠를 앞세워 기존 이용자를 흡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높은 IP 사용료 부담을 줄여 실적 개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라비티는 기존 IP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사 중 하나다. 그라비티는 올해 라그나로크 온라인 서비스 20주년을 맞아 라그나로크 IP를 접목한 신작 3개를 선보인다. 특히 캐주얼부터 MMORPG, 전략까지 다양한 장르의 신작에 라그나로크 IP를 적용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즐겼던 이용자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TL(THRONE AND LIBERTY) 세계관 담은 'TL 스토리 맵' 공개. /엔씨소프트 제공

반면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은 신규 IP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20년 넘게 이어진 리니지 IP에서 벗어나 쓰론 앤 리버티(TL)를 신규 IP로 개발 중이다. TL은 리니지의 후속작으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신규 IP 발굴로 방향을 틀어 리니지 시리즈와의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연말 출시할 예정인 3인칭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신규 IP를 활용한 대표적인 신작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에서 벗어나 신규 IP를 통해 새 먹거리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게임 업계 내부에서도 기존 IP 활용이 장기적인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공한 IP를 활용할 경우 당장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콘텐츠의 다양성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이용자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동시에 기존 IP를 활용할 경우 수익모델(BM)도 그대로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가 앞장서서 신규 IP 개발 문화를 조성해야 국내 게임 산업에 미래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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