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남아있는 시간 떠올리면 '소확행' 많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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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통증이 심해졌다.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새삼 직면하게 되었다.
시간은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내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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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통증이 심해졌다. 신경통을 앓은지 몇 년 되었지만 통증이 심해질 때면 늘 조금씩 희망을 잃는다. 처음 병을 진단받고 나서 어언 십여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의 상태 그래프를 그려보면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이다.
물론 세월이 지날수록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통증이 심해지면서 하향의 정도가 유난히 가파르게 느껴진다. 이대로 계속 내려가게 될까.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누려오던 일상들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새삼 직면하게 되었다. 시간은 얼마나 남아있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 두 번쯤 이런 저런 계기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주어진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아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내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행복에 관한 의외의 발견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나이가 들수록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기보다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을 가급적 행복하게 보내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람들에게 시간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면 괴롭지만 생산적인 일보다 지금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된다는 발견이 있었다.
또한 바타차르지(Bhattacharjee)와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시간이 유한함을 깨달을수록 평범한 행동들, 예컨대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작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만큼이나 큰 행복을 느끼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행복은 특별한 경험이나 큰 기쁨과 관련을 보이는 반면 나이가 든 사람들의 행복은 소소한 기쁨이나 평온함과 더 큰 관련을 보인다. 시간이 유한함을 깨달을수록 지금 이 순간과 작은 일상들에 충실하게 되고 그로 인해 소소한 기쁨들을 더 잘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삶이란 한 번 크게 행복하고 마는 삶이라기보다 작은 기쁨들이 촘촘히 채워져 있는 삶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지혜는 삶이 주는 큰 선물이다.
앞으로의 '나의' 시간들이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나'로서 누릴 수 있는 지금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나'를 포함,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을 최대한 충실하게 보내는 것 뿐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들에 충실해야겠다. 어쩌면 통증 덕분에 소소한 행복들을 더 많이 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우리집 강아지를 꼭 안아줘야지.
※참고문헌
-Bhattacharjee, A., & Mogilner, C.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17.
-Mogilner, C., & Norton, M. I. (2016). Time, money, and happines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10, 12-1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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