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미상 휩쓸었다"..'오징어 게임' 황동혁-이정재가 만든 역사 [스한초점]
감독상·남우주연상 수상 등 6관왕
[스포츠한국 조은애·김두연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다시 한 번 새 역사를 썼다.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2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물론, 배우 이정재까지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지난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의 여운이 식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앞서 4일 기술·제작진에게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에서 게스트상(이유미),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한바 있기에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6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황동혁 감독, 감독상… 이정재, 남우주연상 쾌거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열고 황동혁 감독을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 수상자로, 이정재를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황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TV 아카데미에 감사드리고, 이 영광을 저를 믿고 지지해준 넷플릭스에 돌리고 싶다. 작년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이후, 많은 분들이 제가 역사를 썼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저 혼자 이 역사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오늘 밤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신 여러분이 문을 열고 저희를 이 자리에 초대해주신 덕분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셨기에 우리 모두가 함께 역사를 썼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는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하는 마지막 비영어권 시리즈가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제가 받는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황 감독은 이날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벤 스틸러('세브란스: 단절'), 마크 미로드('석세션'), 캐시 얀('석세션'), 로렌 스카파리아('석세션'), 캐린 쿠사마('옐로우재킷'),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수상에 성공했다.
이정재는 남우주연상에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영어로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께 감사하다. 황 감독님은 훌륭한 대본과 놀라운 비주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만들어주셨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이날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제러미 스트롱·브라이언 콕스('석세션'), 애덤 스콧('세브란스: 단절'),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밥 오든커크('베터 콜 사울')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 끝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정재는 이번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SAG 배우조합상 남우연기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 크리틱스 초이스 수퍼 어워즈 액션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뉴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등 대부분의 미국 텔레비전 부문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오징어 게임'은 이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까지 총 6개 부문 수상에 도전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2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남우조연상 후보인 박해수와 오영수, 여우조연상 후보 정호연은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이정재, 임세령과 레드카펫 동반 등장부터 화제… 영희 인형도 등장
이날 시상식은 레드카펫부터 애프터 파티까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정재는 8년 동안 공개 열애 중인 대상그룹 임세령 부회장의 손을 꼭 잡고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식 내내 두 연인이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와 임세령 부회장은 각각 블랙 슈트와 흰 드레스를 차려입고 레드카펫에 다정하게 서서 카메라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후 본 시상식에서 이정재는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객석의 임세령 부회장의 손을 꼭 붙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상식 행사 도중 유쾌한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작품상의 시상자로 나선 이정재와 정호연은 무대에 설치된 '오징어 게임'의 마스코트 술래 인형 영희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정호연은 레드카펫에서 블랙 자수 트위드 드레스 차림에 조선시대 왕궁 여인들이 머리에 얹었던 장신구 '첩지'를 연상케 하는 헤어피스를 착용해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 연예 매체 피플, 보그 US 등은 정호연을 베스트 드레서로 꼽기도 했다. 에미상 시상식이 끝난 후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는 화려한 '꺾기' 춤을 추는 오영수와 그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영화인들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스타로 우뚝…황동혁·이정재, 50대에 맞은 화양연화
무엇보다 50대에 글로벌 스타로 가장 눈부신 전성기를 맞은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의 영화 인생도 눈여겨볼만하다. 두 사람은 데뷔 후 꾸준히 한 길을 걸었다. 서울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한 황동혁 감독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화제작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해외 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마이 파더'(2007)로 데뷔한 이후 장애 아동 학대 사건 실화를 다룬 '도가니'(2011), 코믹 판타지 '수상한 그녀'(2014), 김훈 소설 원작의 역사물 '남한산성'(2017) 등을 통해 섬세한 감성은 물론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는 연출력으로 사랑받았다. 이렇듯 영화계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그에게도 TV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이 첫 도전이었다. 당초 황동혁 감독이 2시간 분량의 영화로 준비했던 이 작품은 약 10년간의 고민을 거쳐 넷플릭스 9부작 시리즈로 확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치아가 6개나 빠지기도 했지만 '오징어 게임'의 초대박 흥행으로 모두 보상받고도 남게 됐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 못지않게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때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할 정도였다. 스무 살이 넘은 이후 인테리어 학원 수강료를 벌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 모델로 캐스팅된 그는 1993년 SBS '공룡선생'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고, SBS '모래시계'에서 윤혜린(고현정)의 보디가드 백재희 역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1999년에는 영화 '태양은 없다'의 방황하는 청춘 홍기 역으로 제2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안정적인 연기와 훤칠한 외모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지만 멋진 배역에만 안주하진 않았다. 영화 '하녀'(2010)의 치명적인 주인집 남자 훈, '도둑들'(2012)의 비열한 배신자 뽀빠이, '신세계'(2013)의 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이자성, '관상'(2013)의 야욕으로 가득한 수양대군, '암살'(2015)의 나라를 팔아넘긴 변절자 염석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잔혹한 추격자 레이 등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한계 없는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중 '도둑들', '관상', '암살', '신과 함께' 등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네 편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로 다시 한 번 '이정재 시대'를 열었다. 데뷔 30년차인 그에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은 낯선 세계였지만, 오로지 작품에 대한 믿음 하나로 선택한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이정재에게도 더 큰 무대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지난 2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계약을 맺은 그는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 주인공으로 발탁, 할리우드 진출을 본격화했다. 연기뿐 아니라 올해는 감독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그의 연출 데뷔작인 '헌트'는 지난 8월10일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제 세계 무대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선보일 그의 새로운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정재는 지난해 10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를 먹다 보니 악역이나 센 역할만 들어온다.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었던 찰나에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을 만났다. 근래 계속 해왔던 강하고 긴장감을 주는 인물들에 비해 평범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라 반가웠고 해보고 싶었다. 늘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나아가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밝힌바 있다.
외신도 인정한 '새 역사'… 시즌2 향한 '뜨거운 기대'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에서 독보적 성과를 보이자 외신도 들뜬 모습이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 달성 이후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가 에미상의 역사를 썼다. '오징어 게임' 스타일의 운동복과 검은색 가면은 할리우드 의상에 영감을 주었고, 설탕으로 만든 사탕인 '달고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또 LA타임스는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이 예고한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해 "앞으로 에미상을 수상할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시즌2에 이목이 모아진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오징어 게임2'가 온다"고 공식 발표했다. 황 감독 또한 이번 시상식은 물론 넷플릭스 웹사이트를 통해 "기훈과 프론트맨이 돌아온다. 그리고 대형 인형인 영희의 친구 철수도 소개된다"고 예고한바 있다. 황 감독은 이날 시상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기훈이 시즌1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순진무구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아이 같은 면이 많았다. 시즌2에서는 진중하고 심각하다. 일을 벌일 것 같은 무거운 인물로 돌아온다. 시즌2에서는 시즌1과 다른 게임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천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온바 있다. '오징어 게임'이 시즌2로 이어갈 또 다른 흥행사와 새 도전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스포츠한국 조은애·김두연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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