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MLB 최고 난제 'MVP, 오타니냐 저지냐..그것이 문제로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타니냐 저지냐. 아메리칸리그 MVP의 향방이 시즌 막바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LAA)는 야구계에 그야말로 혁명과 같은 충격을 선사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투타 겸업을 제대로 성공시켰다. 선발투수로 23경기에 등판해 130.1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타자로 155경기에 출전해 .257/.372/.592 46홈런 100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고 '야구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올시즌에도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오타니는 9월 16일(한국시간)까지 선발투수로 24경기에 등판해 141이닝을 투구하며 12승 8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고 타자로 138경기에서 .265/.355/.534 34홈런 88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타석에서 활약이 조금 주춤하지만 마운드에서 성적은 훨씬 좋아졌다. 시즌 최종 규정이닝 충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사이영상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투수로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이하 기록 9/16 기준).
하지만 올해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바로 60홈런 고지를 바라보고 있는 애런 저지(NYY)다. 저지는 16일까지 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310/.413/.688 57홈런 123타점 16도루를 기록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OPS 1위를 달리고 있고 아메리칸리그 1위인 지표는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1위다. 타율 역시 아메리칸리그 4위로 순위가 매우 높다.
지난해 오타니는 투타 어느 쪽에서도 최고는 아니었다. 오타니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투수는 많았고 타자로서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가 더 뛰어났다. 하지만 투타겸업의 '상징성'이 오타니를 만장일치 MVP로 이끌었다. 올시즌 저지도 상징성이라는 무기가 있다. 바로 홈런. 저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5명만이 밟아본 시즌 60홈런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 1-6위 기록을 나눠갖고 있는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가 모두 '약물'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인물임을 감안하면 팀 선배인 로저 매리스의 61홈런을 넘어설 경우 '청정타자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쓰게 된다.
시즌 종료가 점점 다가오며 두 선수 중 누가 MVP를 수상할 것인가를 두고 계속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셔널리그는 이미 폴 골드슈미트(STL)의 수상이 굳어지는 모양새지만 아메리칸리그는 여전히 MVP의 향방을 정확히 점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지표는 저지를 가리키고 있다. 저지는 16일까지 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9.7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이후 올해 저지보다 높은 시즌 fWAR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 뿐. 바로 마이크 트라웃(2012, 2013), 버스터 포지(2012), 무키 베츠(2018)다. 세 선수는 모두 리그 최고로 군림하며 MVP를 수상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투타 합계 fWAR 8.0(투수 3.0+타자 5.0)을 기록했던 오타니는 올시즌 타자 부문에서 fWAR가 3.5로 낮아졌지만 투수 부문이 4.6으로 상승하며 합계 fWAR 8.1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 종합적으로 더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저지와는 차이가 크다.
fWAR 뿐만이 아니다. 포브스는 16일 기존의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들을 조합한 'TPRAA(True Total Player Runs Above Average)'라는 개념을 들어 두 선수를 비교했다. 포브스가 제시한 TPRAA에 따르면 올시즌 저지는 70.4로 지난해 오타니에게 MVP 투표에서 패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65.0)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오타니는 지난해 62.2(타자 45.9+투수 16.3)보다 훨씬 떨어진 37.7(타자 19.5+투수 18.2)에 그쳤다. 지난해 오타니는 게레로보다 근소하게 TPRAA가 낮았음에도 투타겸업의 상징성을 앞세워 MVP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저지와 격차가 너무 크다.
MLB.com이 16일 공개한 내부 MVP 모의투표에서도 저지는 1위표 36장을 받아 14장을 받는데 그친 오타니를 크게 앞섰다. CBS 스포츠는 "베이브 루스가 최초로 60홈런을 기록한 이후 몇 번의 시즌 60홈런이 나왔지만 모두 경쟁자가 있었다"며 올시즌 홀로 돋보이는 홈런쇼를 펼치고 있는 저지를 더욱 높이 평가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홈런 2위는 38홈런의 카일 슈와버(PHI). 저지는 동기를 부여해줄 '러닝 메이트' 없이도 엄청난 장거리 질주를 해내고 있다. 폭스스포츠 역시 최근 저지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오타니에게 더 호의적인 시각도 있다. MLB.com은 'WAR이 과연 오타니의 가치를 완벽하게 나타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투타를 겸업하는 어려움, 오타니의 투타겸업이 팀에 로스터 한 자리의 유동성을 더 제공하는 효과 등을 언급했다. 디 애슬레틱도 저지의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저지가 앞서는 분위기지만 누가 수상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지난해 오타니에게 MVP 경쟁에서 패한 게레로는 "저지가 수상하지 못하면 도둑질"이라며 저지를 지원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시즌 종료까지 약 3주가 남아있는 가운데 과연 마지막에 웃는 선수는 누구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애런 저지와 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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