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공판 앞두고 또 '학폭'이라니..왜 두산은 모험을 택했나

이후광 2022. 9. 1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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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은정 기자]두산 2라운드 2순위 지명된 고려대 김유성의 이름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2022.09.15 /cej@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전력을 강화해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하면 자연스럽게 팬은 늘어난다. 그러나 전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팬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15일 두산 베어스의 신인드래프트가 딱 그랬다.

두산은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과거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김유성을 품었다. 예상과 전혀 다른,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지명이었다.

김유성의 프로 무대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해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었던 2020년 8월 24일 2021 KBO 신인드래프트서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내동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이력이 세상에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흘 뒤 NC의 1차 지명 철회와 이어진 2차 드래프트 미지명으로 프로의 꿈이 좌절됐다.

김유성은 고교 졸업 후 고려대학교로 진학해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이후 KBO가 2023 신인드래프트부터 4년제(3년제 포함) 대학교 2학년 선수가 프로 입단을 시도할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2년 만에 다시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해고 시절 김유성 / OSEN DB

내동중 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김유성은 징계 이력이 있는 선수다. 2017년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징계를 받았고,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의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여기에 김유성 파문이 커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2020년 9월 28일 그에게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유성은 고려대 진학 후 징계를 모두 소화했다.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진 사회적 정서를 고려했을 때 김유성의 프로행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최고 153km의 직구를 뿌리는 그의 재능을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경기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전력 분석도 있었다. 아울러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를 모두 마쳤기에 프로 지명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윤리적인 책임과 팬들의 비난 여론을 무릅써야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했다.

15일 드래프트 당일. 김유성 지명을 향한 10개 구단의 치열한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언젠가 누군가의 지명이 예상됐지만 시점과 구단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두산의 2라운드 19순위 지명 차례가 찾아왔고, 한 차례 타임 선언 후 고려대 김유성을 전격 호명했다. 예상치 못한 파격 지명에 장내는 술렁였고, 그렇게 김유성은 2년 만에 다시 프로의 꿈을 이루게 됐다.

[OSEN=조은정 기자]두산 김태룡 단장이 1라운드 9순위로 북일고 최준호를 지명하고 있다. 2022.09.15 /cej@osen.co.kr

두산은 LG와 함께 김유성 지명 가능성이 가장 낮은 구단이었다. 두 팀은 최근 이영하(두산), 김대현(LG)이 고교 시절 학폭 미투 사태로 불구속 기소되며 학폭 가해 선수 리스크를 고스란히 체감 중이었다. 실제로 두산은 15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유성 지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야구계의 시선도 그러했다. 여기에 이영하의 공판을 엿새 앞둔 상황에서 김유성을 뽑는다는 건 엄청난 비난을 동반하는 도박이었다.

김유성 지명 이후 각종 야구 커뮤니티와 두산 SNS 계정은 팬들의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90%가 넘는 댓글에 두산 구단을 향한 실망감이 담겨있었다. 15일 대구 삼성전 3-13 패배 게시물에도 경기 내용보다는 김유성 지명을 향한 비난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 시즌 가뜩이나 정규시즌 9위로 팬심이 싸늘한데 학교폭력 이력 선수를 품으며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붓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지명 후 김유성을 향한 여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김 단장은 “고민은 많이 했다. 본인이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우리도 아직 깊게는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있다”라면서 “기량은 출중하다. 대학교 2학년이 140km대 후반의 공을 던지기에 즉시전력감으로 생각했다. 2라운드에서 우리까지 오면 지명을 하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유성은 두산 선수가 됐고, 두산 구단은 팬들의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그럴 각오로 선수를 지명했을 것이다. 김 단장은 "선수가 지금 대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고, 그 문제 때문에 야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선수를 직접 만나 과거사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겠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backlight@osen.co.kr

두산 이영하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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