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야당
얼마 전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등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47%)가 찬성(33%)보다 높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한국갤럽 조사에서 찬성(64%)이 반대(27%)를 크게 앞섰지만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국민 다수 여론을 외면한 것의 영향이 컸다. 이재명 대표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막는 ‘방탄용’ 논란이 컸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대해 케이스탯 조사에서 수도권 유권자의 60%가 반대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좋지 않게 본다’(48%)가 ‘좋게 본다’(37%)보다 높았던 여론도 무시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에도 ‘방탄 갑옷을 단단히 갖추려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부적절하다’(54%)가 과반수였다. 이 대표가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치는 것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반대(49%)가 찬성(36%)보다 높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국민 다수 여론과 반대쪽이었다. 일반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었고 핵심 지지층에만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선 여론을 대하는 태도가 돌변했다. 이 대표는 특검 찬성이 과반수란 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너무 이거 재고 저거 재고 좌고우면하기보다는 일반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당은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특검을 당장 수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국회의원은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불리한 여론은 철저히 외면했던 민주당이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뜻’이라며 떠받들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정치다. 민주당이 ‘국민 여론’을 들먹이며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밀어붙이려면 그동안 검수완박과 이 대표의 국회의원 보선 출마, 당대표 출마, 당헌 80조 개정 등 ‘이 대표 방탄’과 관련한 여론은 왜 몽땅 뭉갰는지 설명해야 한다. 노란봉투법과 종부세 등 민생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외면하는 이유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지장보다 얄팍한 ‘여론조사 포퓰리즘’으로 정치 수준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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