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는 별로인데 세계 반도체 투자는 폭증.. 왜 이러는 걸까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아이다호주(州) 보이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연면적 5만5740㎡(약 1만7000평)로 단일 메모리 반도체 공장으로는 미국 최대 규모다. 마이크론은 “15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2025년부터 D램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어렵지만, 2030년까지 메모리 매출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보이시 외에도 추가로 메모리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확보에도 나섰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일 하락하는 ‘반도체 겨울’에도 메이저 반도체 회사들은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통상 재고가 쌓이고,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를 줄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공장 건설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미래 업황 반등을 예상하고 베팅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늦어도 2025년엔 반도체 시장에 다시 봄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 반도체 업황은 벌써 겨울인데, 세계 곳곳에서 메모리·파운드리 투자 잇따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활발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15조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공장 ‘M15X’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신공장(M15X)은 청주에 있는 기존 공장 두 개(M11, M12)를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6만㎡)다.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초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캠퍼스에 최대 규모(99만㎡)인 3라인(P3)을 올해 완공한다. 이미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을 시작했다. 삼성은 P3가 완공되기도 전에 다음 라인(P4) 착공을 위한 부지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인텔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파운드리 공장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 효과도 작용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철저히 맞춤 계약형 비즈니스다. 이 때문에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사양과 품질의 반도체를 적기(適期)에 차질없이 공급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생산 능력(capacity)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는 “호텔 사업처럼, 큰 고객을 맞으려면 제대로 된 큰 호텔부터 지어야 하는 이치”라고 했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악화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가 올 3분기(7~9월)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메모리 업황 부진의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2025년엔 다시 봄이 온다”
최근 신규 착공하는 반도체 공장들은 대부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시점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도 메모리 반도체의 ‘다운(하락) 사이클’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이어지고, 2024~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어, 2024년부터는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업황 반등에 맞춰 적기에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업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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