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걱정은 일본에 맡기자[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22. 9. 17. 03:01
무역 적자·엔화 절하 등 경제 위기지만
고용 안정되고 임금 인상 협의도 순항
日 위기에만 주목 말고, 교훈점 찾아야
고용 안정되고 임금 인상 협의도 순항
日 위기에만 주목 말고, 교훈점 찾아야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일본인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교수의 칼럼이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그의 질타는 일본을 위한 걱정이었지만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전직 대장성 관료이자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인 일본인 경제학자가 한국을 일본보다 높이 평가한다. 한국에서 그의 칼럼에 대한 한두 매체의 보도가 뉴스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자 뒤이어 수많은 매체가 연달아 거의 비슷한 기사를 냈고 그중 다수가 다시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 올해 초 노구치 교수를 인터뷰한 한국의 한 방송인으로부터 노구치 교수가 너무 많은 한국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곤란해하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내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한국 언론 역시, 대개의 경우 일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국인 경제학자의 입을 통해 일본 경제가 위험한 상태에 있고 이제 일본에는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엔화의 절하, 낮은 임금, 과도한 정부 부채 등을 단골 메뉴로 일본을 걱정한다. 일본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늘 되풀이되는 얘기가 아니라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을 얘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어떤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로 주제를 옮기기에는 질문지 가득 적혀 있는 일본 걱정이 너무 많다. 일본의 고용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거나, 이제는 임금 인상이 화두라거나, 일본 우주 탐사선이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서 추출한 광물을 지구에 보냈다는 말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의 사회지표는 상당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 20년이라는 말도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 칼럼 코너의 고정 필자가 되면서 2018년 5월 두 번째로 쓴 칼럼 제목이 “일본을 따라잡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미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우리 세대의 강박을 내려놓자고 썼다. 그 후에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박찬욱 감독의 칸, BTS의 빌보드,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의 에미 등 낭보에 낭보가 이어졌다. 일본 포털의 댓글은 부럽다는 말, 일본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말로 도배된다.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일본인들이 일본을 걱정한다.
2021년 전 세계 전기차 생산대수에서 현대자동차가 22만 대로 6위를 했다. 세계 20위에도 들지 못한 도요타는 1만4000대를 생산했다. 일본 방송은 이 보도를 하며 도요타를 걱정한다. 그러니 우리까지 일본 회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요타는 작년에 3조 엔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간 쌓아 놓은 현금으로 판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규슈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의 대졸 초임이 월 28만 엔이라는 보도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너무 낮기 때문이다. 보너스를 고려하면 연봉으로는 392만 엔에서 448만 엔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 대기업 대졸 초임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로 임금 근로자의 평균 급여를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놓치게 된다. 임금 근로자의 급여는 임금 근로자에게만 지급된다. 무직자, 자영업자와는 무관하다. 일본에서는 무직자와 자영업자의 수가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늘었다. 그리고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높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한때 취업 빙하기를 겪었던 일본에서는 고용안정이 건강, 국민연금, 정부 재정, 출산율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나니 지금은 임금 인상이 화두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큰 이견이 없어서 최저임금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다. 고용과 임금에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쉽지 않은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 일본 걱정은 일본에 맡기고 이제 한국은 한국을 걱정하자.
전직 대장성 관료이자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인 일본인 경제학자가 한국을 일본보다 높이 평가한다. 한국에서 그의 칼럼에 대한 한두 매체의 보도가 뉴스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자 뒤이어 수많은 매체가 연달아 거의 비슷한 기사를 냈고 그중 다수가 다시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 올해 초 노구치 교수를 인터뷰한 한국의 한 방송인으로부터 노구치 교수가 너무 많은 한국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곤란해하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내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한국 언론 역시, 대개의 경우 일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국인 경제학자의 입을 통해 일본 경제가 위험한 상태에 있고 이제 일본에는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엔화의 절하, 낮은 임금, 과도한 정부 부채 등을 단골 메뉴로 일본을 걱정한다. 일본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늘 되풀이되는 얘기가 아니라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을 얘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어떤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로 주제를 옮기기에는 질문지 가득 적혀 있는 일본 걱정이 너무 많다. 일본의 고용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거나, 이제는 임금 인상이 화두라거나, 일본 우주 탐사선이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서 추출한 광물을 지구에 보냈다는 말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의 사회지표는 상당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 20년이라는 말도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 칼럼 코너의 고정 필자가 되면서 2018년 5월 두 번째로 쓴 칼럼 제목이 “일본을 따라잡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미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우리 세대의 강박을 내려놓자고 썼다. 그 후에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박찬욱 감독의 칸, BTS의 빌보드,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의 에미 등 낭보에 낭보가 이어졌다. 일본 포털의 댓글은 부럽다는 말, 일본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말로 도배된다.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일본인들이 일본을 걱정한다.
2021년 전 세계 전기차 생산대수에서 현대자동차가 22만 대로 6위를 했다. 세계 20위에도 들지 못한 도요타는 1만4000대를 생산했다. 일본 방송은 이 보도를 하며 도요타를 걱정한다. 그러니 우리까지 일본 회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요타는 작년에 3조 엔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간 쌓아 놓은 현금으로 판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규슈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의 대졸 초임이 월 28만 엔이라는 보도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너무 낮기 때문이다. 보너스를 고려하면 연봉으로는 392만 엔에서 448만 엔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 대기업 대졸 초임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로 임금 근로자의 평균 급여를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놓치게 된다. 임금 근로자의 급여는 임금 근로자에게만 지급된다. 무직자, 자영업자와는 무관하다. 일본에서는 무직자와 자영업자의 수가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늘었다. 그리고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높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한때 취업 빙하기를 겪었던 일본에서는 고용안정이 건강, 국민연금, 정부 재정, 출산율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나니 지금은 임금 인상이 화두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큰 이견이 없어서 최저임금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다. 고용과 임금에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쉽지 않은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 일본 걱정은 일본에 맡기고 이제 한국은 한국을 걱정하자.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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