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가까운 미래에서 온 뉴스
태풍이 동반한 폭우가 누군가의 일상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장면을 뉴스로 보았다. 현실감 없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재난영화 속 한 장면처럼 건물이,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사람이 실종되고 사망한다. 처참한 폐허 앞에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분노는 방향을 바꿔가며 소용돌이쳤다. 물 빠진 도로 위에 쌓여 있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난폭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재난현장에 대한 뉴스를 보며 네덜란드 작가 피오나 탄의 영상 작품 ‘가까운 미래에서 온 뉴스’가 떠올랐다. 지면에 영상 작품을 소개할 때면, 작품이 이끌고 가는 시간의 호흡을 나눌 수 없어 아쉬운데, 이 작품도 그렇다. 9분30초간 이어지는 빛바랜 흑백 질감의 영상과 어딘가로 감정을 몰아가는 사운드에서, 인간이 물과 나누어 온 시간, 기억의 물결 안으로 빨려드는 기분을 느낀다.
작가는 암스테르담 영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영상, 오디오 자료를 바탕으로 물과 인간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 잔잔한 바다의 물결을 내려다보며 바위 위에 서 있는 사람, 배를 기다리는 사람,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들어 헤엄치는 사람들을 담은 오래된 필름이 물과 더불어 사는 이들의 모습을 꽤 목가적으로 담았다. 파도는 부지런히 해변을 씻어내리고, 작은 요트에서 큰 증기선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배가 바다를 항해한다. 어느 순간, 거친 바람에 파도가 거세지고 홍수가 몰아치기 시작하면, 물은 언제 다정했냐는 듯 난폭한 모습으로 돌변해 사람들과 도시를 할퀸다. 과거의 영상에서 찾아낸 물의 두 얼굴은 머지않은 미래, 인류에게 닥칠 재앙을 예고하는 뉴스가 되어 나를 향해 차갑게 경고하고 있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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